홍대에 옥루몽이 있다면 삼청동에는 가배가 있다. 둘다 팥빙수를 기깔나게 맛있게 하는 집이란 게 공통점. 차이점이 있다면 옥루몽은 팥에 죽고 팥에 사는 팥요리 전문점, 그중에서도 빙수 전문점이지만 가배는 원래 ‘떡 파는 집’이었다는 것. 빙수는 이집에서 사이드메뉴 쯤 되는데, 맛은 놀랍게도 메인의 아성을 넘볼 정도다. 그러나 이집에서 떡은 먹어보지 않았으므로 패스하기로 한다.
한옥마을로 유명한 삼청동에 둥지를 튼 집답게 이곳도 한옥 구조로 꾸며져 있다. 내부 역시 정원과 화분 등 조경을 잘 꾸며놓은, 전형적인 한옥 집의 느낌이다. 카페에 테이블이 있듯 가배는 많은 ‘밥상머리’들이 곧 테이블이다. 툇마루든 사랑채든, 아무 곳이나 골라잡아 엉덩이를 붙이고 빙수 흡입에 들어가면 된다.
놋그릇에 새하얀 눈꽃 얼음이 그득하고, 그 위에 직접 만든 국내산 통팥을 끼얹고 견과류와 인절미로 데코를 해놨다. 떡집에 나오는 팥빙수인 만큼 인절미도 레알 인절미. 쫀득쫀득한 식감과 고소한 콩가루가 팥물과 어우러지면서 절정의 맛을 만들어낸다. 적당한 수분감을 머금고 있어 푸석하지 않은 팥은 당도가 딱 알맞아 오래 먹어도 물리지 않는다.
가배 빙수는 입자가 고운 눈꽃 우유 빙수라서 얼음과 팥을 한 번에 다 섞으면 빨리 녹아버려 원래의 맛을 잃는다. 조금씩 조금씩 깨작깨작 섞어먹는 편이 맛 보존에 훨씬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