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도락 여행에는 여러 가지 참고하면 좋을 만한 조건들이 있다. 예컨대, 그 고장에서 유명하다는 제철 음식을 꼭 먹어봐야 한다든지, 혹은 관광객들 발길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요란한 집보다는 현지인들이 알음알음, 꾸준히 찾는 곳을 가야 한다든지. 그중에서도 특히 특정 음식에 대한 창시설화를 간직한 그 고장만의 명물은 꼭 먹어봐야 할 것이다.
통영에 창시설화의 뿌리를 둔 많은 음식 중에서 조금은 특별한 김밥, 충무김밥이 관광객들 사이에서 단연 인기가 좋다. 충무김밥은 여타 김밥과는 달리 속에 반찬을 넣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대신 참기름을 바르지 않은 맨김으로 손가락 만하게 싼 밥에 석박지(깍두기)와 오징어무침을 곁들여낸다. 뱃일을 나가는 남편에게 부인이 김밥을 싸줬는데, 배에 오르고 나면 어느새 상해버려 못 먹게 되자 부인이 개발해냈다는 이야기가 첫 번째 설화이다. 둘째는 여객선터미널에서 배에 오르는 손님들을 상대로 팔기 시작했는데, 역시 상할 것을 예상해 반찬과 밥을 분리해 팔았다는 이야기. 현재는 두 번째 이야기가 거의 통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뚱보할매김밥은 이 충무김밥의 창시자 어두리(魚斗伊) 할머니의 손맛을 이어 대대로 영업중인 원조 중의 원조집 되겠다. 사실 통영에 막상 도착하면 ‘충무김밥 원조’ 간판을 내건 집이 하도 난립하는 통에, 자신도 모르게 홀린듯 연식이 가장 오래 되어보이는 집으로 흘러 들어가는 경우가 비일비재. 사실 어느 집을 가든 크게 상관은 없지만, 어두리 할머니의 손맛을 간직했다는 이곳에 한번쯤 부러 찾아 들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김에 밥을 말아놓은 순수한 자태는 사실 그다지 특이한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포인트는 바로 매콤한 오징어무침과 아삭아삭한 식감의 석박지. 오징어의 쫄깃함은 말할 것도 없고, 그 매콤 칼칼 화끈한 맛이 자꾸만 생각날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