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의 먹거리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박경리가 생전에 천하일미라 칭찬했던 해산물과 우짜, 꿀빵, 뻬떼기죽 같은 통영만의 별미. 통영은 청정해역과 해류의 영향 때문인지 대부분의 해산물이 그렇게 신선하고 맛날 수가 없는데 그중에 제일인 것은 굴과 멍게, 도다리, 쫄복 정도가 되겠다. 이렇듯 맛있는 해산물이 풍부하니 자연히 함께 발전한 것이 특유의 술문화였다. 그는 바로 다찌집의 향연.
‘다찌’라는 이름의 유래와 의미가 분명치는 않으나 일본식 표기법인 것만은 확실하다. 현재 가장 유력한 설은 ‘술을 서서 마신다’는 뜻의 일본어 ‘다찌노미’의 축약어가 아닌가 하는 추측이다. 가장 애초에는 술값을 조금 더 받는 대신 안주 값을 받지 않는 형태로 ‘술장사’ 전문으로 하던 다찌가 이제는 기본적인 비용을 지불하면 상차림이 나오고 다음부터는 술을 추가할 때마다 안주를 새로 내주는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그러니 다찌집은 소식가에게는 대단히 불합리한 자리가 될 수 있고, 둘이서는 본전도 못 건질 공산이 크다. 미리 말하건대, 사람이 많을 때 찾아가는 것이 좋다.
메뉴는 기본 6만원부터 시작해 15만원짜리 미륵도까지 있는데, 기본상에서 출발해 매물도(7만원), 비진도(8만원)… 등 뒤로 갈 때마다 소주가 1병씩 추가되며 가격도 만 원씩 올라간다. 예컨대 둘이 찾아가 기본에서 미륵도까지 마스터했다면 소주 12병을 해치웠다는 얘기가 된다. 웬만한 주당도 견디지 못할 코스로 보이나, 뒤로 갈수록 고급안주가 나오기 때문에 그를 부러 먹으려 시키는 사람들도 간혹 있다.
기본으로 통에 담긴 소주 세 병과 함께 한 상이 거나하게 차려지는데 미역국, 고구마, 야채, 땅콩 등의 에피타이저격 메뉴부터 손 많이 가는 조림과 찜, 딱새우, 전어구이 같은 사이드메뉴, 그리고 메인메뉴인 모듬회까지 가짓수가 제법 많다. 얼핏 봐도 스무 가지는 되어 보인다. 하나같이 때깔 좋고 선도도 좋다. 통영의 자랑이라는 돌멍게는 알싸한 바다 향과 함께 달큰하게 입안에서 터져주신다. 허나 이 회의 선도에 대해서는 기복이 심한 듯하니 참고 바란다. 유명한 집이 되고나면서부터 선도나 맛이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이 많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