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멍게비빔밥, 통영의 바다를 먹다
  • ‘우렁쉥이’로 한평생을 살던 녀석
    어느 날부터 자연히 ‘멍게’로 불리기 시작했다
     
     

    ▲바닷 속에서 꽃처럼 피어난 멍게 Copyright ⓒ네이버캐스트
      
    생긴 건 그렇게 흉측하게 생겼어도 입안에 머금으면 알싸한 바다향이 번져가는 것이, 푸른 바다를 통째로 한입 꿀꺽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식감도 그렇고 씹을수록 묘한 감칠맛이 번졌다. 누군가는 소주와 함께 먹으면 그렇게 맛이 좋을 수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다음 번엔 소주를 한 잔 털어 넣은 직후 알코올의 날것 그대로의 역함이 그대로 남아있을 때 멍게를 통째 우겨넣었다. 놀랍게도 소주의 역한 냄새를 방향제처럼 치밀하게 빨아들였다. 입안에는 또 다시, 상큼한 멍게 향만 남았다.
     
    잭이 대학교 때 멍게를 처음 접해본 소감이다. 뭐 그렇게 생긴 걸 굳이 먹으려 드냐고 동기들을 면박 주다가 통영에서 우연한 계기로 통영의 제대로 된 봄꽃이라는 제철 멍게를 먹게 됐다. 신세계를 만난 듯한 그때의 그 상큼한 기분이란... 그 날로부터 몇 년이 지났건만 잊히지 않는 강렬한 ‘멍게의 추억’으로 남아있다.
     
    본래 그는 우렁쉥이라 불리었다. 우렁쉥이로 한평생을 살아온 그가 어느 날부터 집단적 다수에 의해 우렁쉥이의 방언인 ‘멍게’로 불리기 시작했다. “우리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 그는 다만 하나의 우렁쉥이에 지나지 않았다. 우리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우리에게로 와서 멍게가 된” 것이다. 본래 방언이던 단어가 표준어보다 더 널리 쓰이게 되면 그를 복수표준어로 삼는다는 표준어 원칙에 따라, 멍게와 우렁쉥이 모두 표준어가 되었다.
      
      
    못 생겼지만 맛과 효능만큼은
    기가 똥을 찰 지경

      
    ▲갓딴 멍게의 모습 Copyright ⓒ네이버캐스트
      
    생김새가 사람으로 치자면 가히 지명수배범 급이다. 표면에 오돌토돌 돋아나 있는 돌기와 울그락불그락 지저분한 색감까지... 참으로 못난 몰골이다. 이를 서양에서는 ‘바다의 파인애플’ 혹은 물을 뿜어대는 습성에 빗대 ‘바다의 물총’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 독특한 녀석은 먹었을 때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 상큼한 첫맛에 이어지는 쌉싸래한 향이 인상적인데, 이는 멍게를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뒤 시간이 경과할수록 옥탄올과 신티아놀 같은 불포화 알코올이 생성되면서 나는 것이라고.
     
    또 멍게는 해산물로는 드물게 바나듐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 바나듐은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고 당뇨병, 심혈관 질환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타우린과 콘드로이틴황산 등이 들어있어 체력 보강 및 피부미용, 노화방지에도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해서 입에 맞지 않아도 반억지로 먹고 보는 여자들도 있다.
       
     
    맛좋은 통영멍게
    멍게비빔밥에서 어여쁘게 꽃피우다

    Copyright ⓒ경남도민일보
     
    우리나라 멍게 전체 생산량의 70%가 통영에서 나올 정도로 통영의 멍게의 본고장이다. 요즘은 사계절 언제라도 멍게를 먹을 수 있어 1년 365일이 제철이라지만, 모름지기 자연에서 난 음식일수록 산지에서 먹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통영은 커다란 대로변부터 구석진 골목까지 멍게비빔밥을 파는 집을 몇 군데씩 끼고 있기 마련인데, 대부분의 집이 대동소이한 레시피를 가지고 있다. 생멍게를 다져서 갓 지은 밥 위에 얹고 새싹나물과 서실, 석모, 까시래기 등의 해조류를 나물로 올린다. 그 외 김가루와 참기름, 들깨, 고추장 등을 소스로 첨가해서 먹을 수 있는데 이들이 내는 꼬순내가 멍게의 상큼한 향과 적절한 조화를 이뤘을 때 최고의 맛을 낸다.
     
    멍게비빔밥 ‘좀 할 줄 안다’는 집들은 대부분 멍게를 발효시켜 만든 소스를 내기도 하고 갓잡은 멍게를 내기보다는 하루 정도 숙성 단계를 거쳐 내기도 한다. 어떤 집은 멍게를 소스와 함께 바로 조리해 꽁꽁 얼렸다가 내주는 집도 있다. 가지각색의 스타일이 있고 손맛이 있으니, 이집 저집 찾아가 자신의 입맛에 꼭 맞는 집을 찾으면 되겠다.
     
     
    * 추천 맛집
    ①밀물식당(055-646-1551 / 경상남도 통영시 항남동 139-33) : 밥에 멍게를 듬뿍 올리고 김가루와 참기름, 들깨, 고추장을 넣어 내오는 집이다. 이집은 멍게를 잡았다가 숙성단계를 거쳐 한층 깊이 있는 멍게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②통영식도락(055-644-0663 / 경상남도 통영시 항남동 177-1 101호) : 이집 멍게의 선도는 최상급이다. 바로 옆에 펼쳐진 통영 앞바다의 향기가 물씬 느껴져 오는 듯하다. 톡하고 입안에서 터지면서 알싸하게 퍼지는 특유의 향. 그 향이 나물과 함께 밥에 스며든 맛도 어메이징하다.
    ③통영맛집(055-641-0109 / 경상남도 통영시 항남동 139-17) : 이집은 일반적인 멍게비빔밥이 아니라 멍게유곽비빔밥으로 유명하다. 유곽은 대합조개 요리를 뜻하는 말이며, 멍게유곽비빔밥은 멍게 외에도 대합조개, 파래와 석모 등의 다양한 해산물이 들어간 것을 말한다. 멍게 외에도 다른 해조류가 더 들어가 있어 식감과 맛이 더욱 풍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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