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다리쑥국, 무엇이 먼저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 통영에 “봄봄봄~봄이 왔어요!”
    도다리와 쑥이 만나 춘분의 기운을 불어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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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에는 화사한 꽃들이 봄의 전령이라면 통영의 봄의 전령은 도다리와 새쑥이다. 언 땅에 뿌리 내린 채 겨우내 인고의 추위를 견디며 무럭무럭 자라난 쑥의 푸른 향과 통통하게 살이 오른 도다리가 만나 구수하고 시원한 향을 낸다. 해서 무르익는 봄철에 통영이란 땅을 찾으면 섬 전체가 이 애타는 봄국 향으로 진동한다. 도다리와 쑥이 무럭무럭 자라나길, 우리들도 무던히 기다리지 않았던가. 바다의 그것과 해풍 맞고 자란 산의 그것이 만났으니 진정 육지의 맛이 절반, 바다의 맛이 나머지 반절이라 하겠다.
     
    한데 도다리와 쑥, 둘 중 누가 더 주연인지는 알 수 없다. 최초로 그 누군가가 도다릿국에 쑥을 넣은 건지 아니면 쑥국에 도다리를 넣은 건지, 어쨌든 그 별스러운 시도 하나가 오늘의 통영 명물을 만들어냈다. 한데, 통영에는 입춘 전후 솟아나는 해쑥을 먹으면 한 해 병치레를 하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으니 완전한 제철이라는 봄도다리 못잖게 쑥의 위력이 대단한 듯하다.
        
     
    너도 나도 먹는 도다리,
    그의 정체가 궁금하다
       


    ▲(좌)광어 (우)도다리
     
     
    가자미의 일종인 도다리는 가자미목 가자미과 도다리속이다. 사실 가자미는 넙치과와 붕넙치과, 가자미과의 넙치가자미, 동백가자미, 참가자미 따위를 통틀어 이르며, 500종이 넘는 광범위한 어종이다. 그중 도다리는 회색이나 황갈색 몸에 크고 작은 반점이 온몸에 멍처럼 덕지덕지 박혀있다. 가까이서 보았을 때 미끄덩거리는 질감과 특유의 비늘 모양 때문에 징그럽지 않은 물고기가 어디 있겠냐만은, 도다리의 비주얼은 훨씬 더하다. 그래도 이런 세심한 분류 끝에 모습을 드러내는 도다리라 제법 그 몸값이 귀하다.
     
    사람들이 도다리와 많이 헷갈려하는 같은 넙치과의 광어는 가자미목으로 도다리와 생김새가 매우 흡사하다. 허나 광어의 제철은 가울과 겨울로 도다리의 제철과 완전히 다르다. 봄 광어는 살이 덜 오르고 살점에 탄력이 없어 맛이 영 별로다. 그래서 3월 넙치는 개도 안 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아직까지 광어와 도다리를 잘 구분하지 못 한다. 이때는 ‘좌광우도’라는 손쉬운 구별법을 써보자. 사람이 정면으로 봤을 때 눈이 왼쪽으로 쏠려 있으면 광어이고 오른쪽으로 쏠려 있으면 도다리다. 하지만 광어도 아주 어릴 때 잡으면 눈이 아직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쏠리기 전이라 판별이 어렵기도 하다. (하지만 둘 다 못생겼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
        
     
    뼈가 연하고 살이 통통한 통영 도다리
    쑥국으로 해먹으면 맛도 좋고 몸에도 좋고…
     
    도다리는 겨울 두 달간 산란철을 거치는데 이때는 살이 가장 단단하고 탱탱해지는 시기라서 가장 맛이 좋을 때다. 해서 회로 떠먹으면 맛이 좋은데 아쉽게도 이때는 도다리 금어기다. 금지된 기간을 넘겨 잡은 봄 도다리는 산란 직후의 녀석들이라 살이 많이 물러져 있다. 무른 고기를 회로 먹을 수는 없는 법, 그래서 통영 사람들은 해쑥을 넣어 끓이기 시작했나보다.
     
    다른 과한 양념은 일체 하지 않고, 된장 한 숟갈을 살큼 풀어주고 허연 도다리 살점도 함께 넣어준다. 여기에 무와 다시마, 대파를 곁들이면 시원한 맛이 더 깊어진다. 마지막으로 이 국의 대미는 쑥이 장식할 것이다. 그 자체로 국의 조미료이자 향신료이며, 육수의 비법이기도 한 어린 해쑥! 도다리한테 불필요한 비린내만 완벽하게 걷어가고 파아란 바다의 향은 그대로 남겨주는 고마운 녀석이다.
     
    이 녀석들을 맛보기 위해 부러 통영까지 찾는 관광객들도 있다. 그들은 통영에 발 닿자마자 앞다퉈 도다리쑥국을 찾는다. 멀리 갈 것 없이 중앙시장을 중심으로 도다리쑥국의 향기를 따라 가기만 하면 된다. 해서 찾아간 그 집들은 어디 이 쑥국뿐인가, 졸복도 잘 하는 집도 있고 물메깃국을 맛깔나게 끓이는 집도 있다. 함께 나오는 멸치젓갈과 시금치, 파래무침 등의 밑반찬에도 주인장 손맛이 깃들어 있다. 다들 보통 솜씨가 아니다.
     
      
    * 추천맛집  
    ①원조밀물식당(055-643-2777 / 경상남도 통영시 항남동 139-33) : 도다리를 쟁여놓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 인근 중앙활어시장과 서호시장에서 즉시 도다리를 공수해오는 집이다. 비좁은 수조 안에 갇혀 있으면 생선도 스트레스를 받아 맛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 이집 주인장의 철학. 도다리를 삶은 물에 된장과 새우젓만으로 맛을 내, 담백하면서도 개운한 맛이 특징이다.
    ②분소식당(055-644-0495 / 경상남도 통영시 서호동 177-337) : 서호시장 안에 자리한 조그만 식당이다. 가게 규모는 작아도 식당 앞에서 생선을 손질하는 경상도 아지매의 내공과 손맛이 느껴지는 집이다. 매일 아침 충무 항구에서 공수해온 싱싱한 재료를 가지고 그날그날의 요리를 해준다. 손맛이 좋아 도다리쑥국 뿐만 아니라 회무침이나 찌개 류도 맛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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