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매물도
1박2일로 전파를 탄 후 어쩌면 통영보다 더 유명해졌을지도 모르는 소매물도. 통영항에서 남동쪽으로 26km 해상에 위치해 있어 약 1시간 40분간 바닷길을 달려야만 닿을 수 있는 섬이다. 옛날 중국 진시황제의 신하가 불로초를 구하러 가던 중 소매물도의 아름다움에 반해 ‘서불과차(徐巿過此)’라 새겨놓은 글씽이굴과 형제바위, 촛대바위 등의 기암절벽과 등대섬이 유명하다.
소매물도는 망태봉에서 가장 멋진 조망을 즐길 수 있으니 망태봉 코스를 참고하자. 배에서 함께 내렸던 사람들이 근처에서 어슬렁거리다가 어느 순간, 망태봉을 향한 길로 모여들기 시작하면 그때 슬쩍 합류하는 것이 좋다. 이제 가벼운 산보는 끝났고 치열하게 오를 일만 남았다. 경사가 꽤 험준하기 때문이다. 소중한 이와 손잡고 오르기 보다는 독립적으로 각개전투하길 바란다. 어디까지나 효율성을 생각해서. 가파른 등로에서는 건어물을 파는 할머니들도 만날 수 있다. 또 물길이 열리는 때에 맞춰 섬 정상부에 새하얀 등대가 깃발처럼 세워져 있는 등대섬으로 향할 수도 있다.
2. 장사도해상공원까멜리아
멀리서 바라본 섬의 모습이 뱀의 형상을 닮았다 하여 ‘장사도’라 불리게 된 이 작은 섬에, 2011년 12월 대규모 공원이 생겨났다. 동백꽃을 비롯해 섬 전체가 난대림 군락과 후박나무, 야생화로 뒤덮여 사계절 푸른 숲을 이루는 섬의 특징에 착안한 것이다. 그 옛날에는 14가구 80여명이 거주했던 섬이었지만,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가고 쓸쓸한 무인도로 변해가던 장사도. 아무도 돌아오지 않고 찾아주지 않는 섬이었지만, 그 꽃들만은 찬란히 피어나고 지고, 또 피어나 조용히 섬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제 이곳을 자생꽃섬, 혹은 카멜리아라고 부르고 있다.
이른 봄 무렵, 붉게 피어오른 동백군락으로 하여 저 멀리서 바라보면 섬 전체가 한 송이 꽃처럼 그리 화려할 수가 없다. 이 아름다움은 지중해나 카리브해의 풍광과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다. 푸른 바다를 향해 세워진 타원형 온실은 장사도해상공원의 백미이다 . 이곳에는 주로 양치식물과 다육식물 등이 전시돼 있으며 학생들의 체험교육이 이뤄지는 학습관도 갖추고 있다. 그 외 미로정원, 동백터널 등 다양한 테마 플레이스를 모두 둘러보면 2시간 정도 소요된다.
3. 미륵산
미륵산은 높이 461미터밖에 안 되는 야트막한 산이지만 국내 100대 명산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유명하다. 통영 내에서도 가장 높은 벽방산(650.3미터)이 있지만, 통영 사람들은 물론 외지 사람들까지 미륵산을 제일로 추켜세운다. 키 작은 고추가 매운 법이라 했던가. 작은 키의 산이지만, 기복 있는 산세가 품은 많은 계곡과 사찰은 그 자체로 볼거리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또 산을 오르는 길 곳곳에서 터지는 조망에 슬슬 설레다가, 마침내 정상에 오르면 사건이 터지고야 만다. 시리도록 푸른 바다에 둘러싸인 통영시 일대와, 통영이 품은 크고 작은 섬의 모습까지 통영의 풍광 역시 완성된 모습으로 눈앞에 펼쳐지기 때문이다.
4. 사량도
사량도는 한려해상국립공원 가운데 있는 섬으로 동쪽에 통영시 산양과 남쪽에 욕지도, 서쪽에 남해, 북쪽에 고성이 바라보이는 자리에 위치했다. 섬의 모습이 긴 뱀처럼 생겼다 해서 사량도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그보다는 해안선이 아름다워 섬을 거닐며 구경하기 좋다. 어차피 인간은 거대한 자연 앞에 한없이 작은 존재들, 바로 앞에 있는 자연의 ‘부분’을 보며 감동하지 않던가. 또 섬 전체를 그윽한 해안도로가 감싸고 있어 트레킹 코스로도 안성맞춤이다.
사량도 안에 있는 산들은 400미터 내외의 야트막한 산이지만 통영에 있는 산들이 대체로 그러하듯, 산세가 조금 매서운 편이다. 개중에는 유격훈련을 방불케 하는 암벽등반이 기다리고 있는 곳도 있다. 사량도 섬의 대표주자는 지리망산과 불모산이 있는데, 두 산 모두 높이도 비슷하고 주릉 좌우로 천 길 낭떠러지가 펼쳐진 점까지 똑 빼닮아 있다. 하지만 조망으로 치자면 지리망산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5. 소포벽화마을
통영의 벽화마을이라고 하면 다들 동피랑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처음에는 폐촌될 위기에 처한 달동네가 벽화 몇 점으로 구사일생했다는 사연이 알려지면서, 또 그곳에서 바라보는 통영 앞바다의 전망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는 입소문과 함께 동피랑마을은 최고의 관광지로 떠올랐다. 유명세 때문일까. 이제 동피랑마을을 찾으면 북적거리는 관광객의 발걸음에 넋이 나갈 지경. 인기 많은 날개 벽화 같은 경우엔 줄을 서서 촬영을 해야 할 정도이니, 구태여 가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다.
하여 잭이 찾아낸 또 하나의 소박한 어촌마을이 있었으니, 그는 바로 소포마을. 바다를 끼고 낮은 지대에 들어선 소포마을은 요즘, 통영여고 미술동아리인 챌린지 팀의 그림으로 채워지고 있다. 잿빛의 칙칙한 담벼락이 형형색색의 화사한 색감으로 살아나고, 그 속에는 날개 그림과 부리를 맞댄 원앙, 뽀로로와 기린까지 포토존으로 활용할 수 있는 그림도 친히 그려 넣어줬다. 그림 자체도 어쩐지 동피랑보다 더 마음에 든다. 꿈을 향해 달려가는 학생들의 순수한 열정과 노력이 느껴졌달까. 숨겨진 벽화를 찾느라 골목 끝까지 샅샅이 누비고 다니는 즐거움까지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