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산에 오르는 이유는 뭘까,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다. 산을 오르다 도중에 돌아 내려가면 그 산을 정복했다고 말할 수 없기에, 힘들더라도 인내하며 꾸역꾸역 정상까지 오른다. 그럼 정상에 오르는 이유는 뭘까.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고 마침내 최정상에 올랐다는 심리적 쾌감도 있겠지만, 발아래 세상을 모두 품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시원한 전망을 감상하며 어떤 희망과 용기를 얻어가기 위해서가 아닐까.
미륵산은 높이 461미터밖에 안 되는 야트막한 산이지만 국내 100대 명산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유명하다. 통영 내에서도 가장 높은 벽방산(650.3미터)이 있지만, 통영 사람들은 물론 외지 사람들까지 미륵산을 제일로 추켜세운다. 키작은 고추가 매운 법이라 했던가. 작은 키의 산이지만, 기복 있는 산세가 품은 많은 계곡과 사찰은 그 자체로 볼거리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또 산을 오르는 길 곳곳에서 터지는 조망에 슬슬 설레다가, 마침내 정상에 오르면 사건이 터지고야 만다. 시리도록 푸른 바다에 둘러싸인 통영시 일대와, 통영이 품은 크고 작은 섬의 모습까지 통영의 풍광 역시 완성된 모습으로 눈앞에 펼쳐지기 때문이다.
신라의 원효가 ‘미래 부처가 찾아온다’고 예언하기도 했던 미륵산에는 영험한 기운 못잖게 예술적 영감도 넘쳐난 듯하다. 통영의 피카소인 화가 전혁림은 미륵산 정기에서 색감을 깨쳤고, 작가 박경리는 어린 시절 산마루를 바라보며 문학도의 꿈을 키웠다. 유치환과 정지용은 이곳 정상에서 마주한 다도해를 바라보며 넋을 잃은 대신, 시상을 마구 떠올렸다.
단출하지만 등로도 깨끗하게 잘 닦여있으니, 쉬엄쉬엄 미륵산을 올라보자. 케이블카의 유혹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이 그 산으로 걸어 들어가자.
Jack’s Tip.
1. 높이에 비해 산세가 그다지 유순한 편이 아니라, 초보자들에겐 다소 벅찬 산행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저질 체력을 가진 사람들에겐 미륵산 초입부터 정상까지 하늘길이 열려 있으니, 미륵산케이블카(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를 이용하길 바란다.
2. 산 주위에 있는 달아공원의 낙조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