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하게 내리쬐는 햇빛을 피해 시원한 바다에 풍덩, 빠져버리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 걸었다. 전국적으로도 그렇게 물 좋기로 소문난 하고수동으로. 대체 얼마나 물이 맑기에 제주 안에서도 이토록 외진 섬까지 굳이 와봐야 한단 걸까.
검은 인어상과 해녀상이 올망졸망 앉아 있는 백사장, 모래가 참 곱고 부드럽다. 맨발을 폭, 하고내딛으니 샤르륵 고운 진흙을 밟는 느낌이다. 백사장이 끝날 듯 말 듯 이어지다가, 이윽고 바닷물이 조금씩 들어온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제주의 쪽빛 바다, 탄성이 왁! 나올 뻔 했다. 옅은 수채 물감으로 채색한 듯한 청아한 색감. 가만, 이런 바다는 멋진 리조트가 있던 동남아의 해변가 풍경을 사진 속으로 눈요기만 했던 그런 바다가 아니던가! 그런 바다가 우리나라에도 있었다니. 쨍쨍한 햇빛이 수면 위로 부서지면서 바다의 속내를 여실히 비춰주고 있었다.
꽤 걸어 들어갔는데도 깊어지는 감이 없다. 수심이 얕고 물이 많이 차갑지 않아, 물놀이하기엔 안성맞춤이다.
Jack’s Tip.
초여름 밤에는 멸치잡이 어선들이 휘황찬란한 불빛을 번뜩이며 조업을 하는데, 이 모습이 마치 한낮과 같이 밝고 찬란하다. 그래서 우도팔경 중 하나인 야항어범(夜航漁帆)으로 그 이름을 올렸으니, 우도에서 1박을 한다면 밤에 이곳을 꼭 다시 방문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