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주의 명물은 언양불고기로 끝나지 않는다. 한우가 아닌 오리로 불고기를 맛있게 만드는 집, 바로 청수골가든을 소개할 차례다. 거대한 입간판 따라 가게 안으로 들어서면 오래된 장판과 세월의 때로 눅진해진 벽지가 에워싼 다소 좁은 내부가 보인다. 드나드는 문도 오래됐고, 마루도 닳을 대로 닳았다. 가게의 전통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홀 중앙에 서있는 냉장고 위로 켜켜이 쌓인 호일더미들이 보인다. 아무래도 불판 대용인 듯싶다.
소고기, 닭고기가 들어간 다양한 요리들이 있지만 이집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오리불고기를 시킨다. 쌈채소와 김치, 도토리묵, 버섯, 나물 등이 깔린다. 대부분 간이 제법 센 편이라 맛만 보는데서 그쳤지만 도토리묵만큼은 예외다. 직접 만든 묵을 썼는지, 쌉싸름한 도토리향이 풍부하게 느껴지는 묵은 탱글탱글하고 찰진 식감을 자랑했다.
화로와 석쇠가 나란히 들어온다. 그 위로 세 겹이 한 세트인 호일 깔고 양념된 오리 주물럭을 가지런히 펼쳐준다. 붉은 양념장과 함께 잘 버무려진 오리의 속살들, 큼지막하게 송송 썰어 넣은 대파와 양파가 어우러져 절묘한 색감을 만들어낸다. 이집에서는 당일 잡은 오리를 그날그날 쓰기 때문에, 고기가 냉동될 일이 없단다.
지글지글한 육즙과 함께 고기가 은근하게 익어가면 이 집의 백미 중 백미인 미나리무침과 곁들여 먹으면 된다. 쌈에 싸먹는 것이 클래식한 맛이라면, 미나리무침과 함께 하는 맛은 그 특유의 향과 신선함 때문에 좀 더 건강해지는 기분이랄까. 맛이 상당히 좋으나 미나리 자체에 호불호가 있어 식성에 따라 선택하면 될듯하다. 참고로 이 집 미나리무침이 맛있는 이유는, 식당 도로 건너편에서 백프로 지하수로 길러낸 청정미나리 때문이란다. 신선한 재료만 공수해서 쓰는 고집어린 철학, 맛집의 공식 중 하나이다.
Jack's Tip.
고기를 웬만큼 먹었다면 남은 양념장에 밥을 볶아먹어야 한다. 강요는 아니지만, 그리해야 이 집의 진정한 맛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깔끔하고 칼칼한 맛이 좋은 오리탕도 함께 곁들이면 금상첨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