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 상류의 대곡천 물줄기가 굽이 쳐 돌아가는 지점에는 커다란 바위 하나 묵직하게 자리하고 있다. 황토빛 베이스에 군데군데 녹색과 짙은 고동색으로 움푹 패인 자리마다 희미한 그림이 새겨져 있는 신비로운 각석, 바로 천전리 각석이다.
이는 국보 147호로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발견된 암각화 유적이며, 인근에서 발견된 반구대 암각화보다 조금 더 일찍 발견됐다. 둘 다 바위에 그림을 그린 암각화 형태지만, 천전리 암각화가 각석(刻石)이라 불리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 발견 당시, 암각화보다 신라시대 명문이라는 점에 큰 비중을 두었기 때문이다.
천전리 각석은 억겁의 시간 동안, 세월과 함께 마모·퇴화되어 정확한 연대를 추측하기 어렵지만, 선사시대부터 신라시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대를 아우르는 모습의 그림이 새겨져 있다. 각종 동물 문양과 동심원을 비롯한 기하학적인 문양이 바위 상부에 새겨져 있고, 하부에는 돛단배와 말, 용 등의 그림과 신라시대 행렬 모습이 각인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배가 항해하는 모습, 명문 등도 함께 새겨져 있어, 신라 때의 생활양식을 연구하는 자료로서 상당한 역사적 보존 가치를 가지고 있다. 그림과 함께 새겨진 글자는, 지금은 상당 부분 훼손되어 300자 정도 확인할 수 있지만 최초에는 800여 자 이상이 새겨졌던 것으로 추정된다.
Jack's Tip.
국보로 지정된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 천전리 각석. 대곡천 물줄기와 어울려 수려한 절경을 자랑하며 관광자원으로도 가치가 높은 이곳을 두 눈과 가슴으로만 따뜻하게 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