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이 깊은 잠에 빠지는 추운 겨울철, 더 특별한 볼거리가 있으니 바로 울주의 명물 작괘천 되겠다. 수백 명도 앉을 수 있을 듯한 너른 바위마당이 부드럽게 이어져 있고, 이곳저곳 움푹하게 패였다가 돌연 부드럽게 돌출되는 모양새가 상당히 독특한 모습이다. 하물며 그 사이를 부드럽게 스치듯이 유유히 흐르는 물길을 보고 있자니, 온세상의 시름도 잊을 듯한 평화가 찾아온다. 이 재밌는 형상이 마치 술잔을 걸어 놓은 것처럼 보인다 해서, 작괘천(酌掛川)이란 이름이 붙었다. 고려말에는 충신 정몽주가 이곳의 경치와 함께 수학했고, 일제강점기에는 언양지방 3·1운동의 중심지가 되었다.
봄, 여름에는 찾는 이가 너무 많아 군중의 틈바구니에 섞여 흥성거리느라 작괘천의 맨얼굴을 제대로 볼 수가 없다. 그래서 객들의 발길이 뚝 떨어질 만한 시린 겨울철을 기다렸다가 찾은 잭. 이제야 작괘천의 부분과 전체가 훤히 보인다. 화강암 한 덩이 한 덩이, 암반 곳곳에 생겨난 홈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 아무리 작은 홀에도 저마다 물이 고여 있다. 이렇듯 암반 사이의 구멍을 서양식으로 ‘포트홀’이라 하는데, 전국 어디에도 작괘천만큼 파인 길이와 깊이 모두 다른 구멍 수백 개가 한곳에 모인 경우는 없다.
작괘천을 가장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 자리에 기세 좋게 들어서 있는 정자, 작천정. 현판에는 ‘격류는 수억년간 바위를 갈고, 바닥에는 수만가지 그릇을 새겼다’는 뜻을 가진 한자가 새겨져 있다. 백 년 전에 세운 것이라고 전해지는데, 그때도 그 아름다움은 지금처럼 대단한 것이었나 보다.
Jack's Tip.
작괘천과 작천정 주위로 벚나무가 많아, 봄이면 새하얀 꽃눈을 날리는 절경을 볼 수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