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이름을 멋지게 각인시킨 현판석이 떡하니 서있는 뒤로 기와를 얹은 집들 몇 채가 빙 둘러져 있는 것이, 꼭 그 옛날 고급 요정을 연상케 하는 분위기입니다. 가운데 마당을 중심으로 식당을 포근히 둘러싼 초록의 관목들이 싱그러운 기운을 흠뻑 뿜어내고 있군요. 그중에서도 식당 한가운데를 우직하게 지키고 선 장송의 뱀처럼 굽은 몸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습니다. 이런 곳은 단순히 밥을 먹기보다는 가족들과 함께 하거나 손님 접대하기 좋은 자리 같습니다.
식당 안으로 발을 들이니 가지런히 세팅된 좌식 테이블이 보입니다. 분위기에 걸맞게 내부 구조 역시 한옥 느낌이 물씬 듭니다. 이 집에서 인기메뉴라는 오리불고기와 백숙을 주문해봅니다. 곧이어, 매뉴얼대로 척척 깔린 밑반찬의 정갈한 맛이 참 좋았습니다. 반찬 맛이 좋은 집은 으레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손맛을 보여주곤 하기에, 늘 첫술을 들 때 조심스러운 긴장감이 맴돕니다.
뽀얀 국물과 함께 푹 고아진 백숙은 야들야들한 식감에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었습니다. 하지만 다리를 비롯한 특정 부위는 살짝 퍽퍽한 감이 있습니다. 불고기 역시 고기의 질감은 대체적으로 그다지 부드럽진 않습니다. 하지만 삼삼한 양념간이 고기에 잘 배어있어, 어르신이나 아이들 입맛에도 부담스럽지 않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