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래의 도시 울산에서 맛보는 고래고기
  • 포경업의 전진기지, 울산
    없이 살던 시절 배고픔 달래주던 영양만점 음식 '고래고기' 
     

     
    ▲고래고기 모둠 Copyright ⓒ영으니 http://blog.naver.com/xx062
     
    울산 장생포와 방어진 일대는 일제강점기 때부터 포경업의 전진기지로 유명했다. 지금보다 고래가 많던 시절 이 동네 항구에서는 고래잡이배를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배가 들어오면 사람들이 으레 구경을 가곤 했는데, 배가 아직 다 들어오지 않아도 그 날 고래를 잡았는지 알 수 있었다고. 고래를 잡으면 배에 붙잡아매기 때문에 평소와는 다르게 배가 옆으로 약간 기운 채로 들어오면 십중팔구 커다란 고래 한 마리를 낚은 것이었다. 그런 날은 소위 ‘고래 깨는’ 날이라 하여, 곧바로 항구에서 고래 해체작업에 들어갔다. 고래는 피의 향이 강해 죽은 직후부터 신선도가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속도가 생명이다.
     
    지금이야 택도 없는 비싼 몸값이 됐지만 1980년대까지만 해도 고래는 돼지고기보다 싸서 서민들의 주된 영양 보충원이었다. 그 효능이 어찌나 좋은지 죽어가던 개한테 고래 연골을 먹이면 털에 윤기가 자르르 돌면서 살아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값이 서민적인데다가 특유의 감칠맛도 있고, 몸에도 좋다 하니 저녁 무렵 포구를 낀 시장통은 고래고기에 소주 한 잔 들이키는 사람들로 붐볐다.
     
    고래고기는 불포화지방산을 다량 함유해 피부에 좋고 노화 방지에 탁월하다. 성인병 예방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으며, 쫄깃한 육질과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흔히 고래고기의 빛깔이나 맛을 두고 소고기와 비슷한 맛을 낸다고 하는데, 이는 고래가 바다에 사는 포유류이기 때문이다. 생선회처럼 부드러운 육질을 지녔으나 바다의 향보다는 소고기의 구수하고 담백한 맛이 내는 것이다.
     
    부위 역시 머리에서부터 꼬리, 날개 등 다양하지만 소나 돼지처럼 부위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 허나 맛과 빛깔, 식감은 제각각이다. 꼬리나 턱밑살 쪽은 꼬들하고 쫄깃했다가 뱃살쪽으로 가면 부드럽고 연한 식감으로 바뀐다. 이 부위에 따라 조리법도 모두 달라 과연 같은 고기를 먹는 게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어메이징한 맛을 낸다. 오죽하면 ‘고래 한 마리에는 12가지 이상의 맛이 난다’는 말이 있을까. 날것 그대로 먹기도 하고 삶거나 숙성시키기도 하여 수육으로도 먹고 육회, 막찍기 등으로도 먹는다. 하여 고래고기의 맛을 가장 풍부하게 느껴보고 싶다면 코스요리나 모둠요리를 시키는 것이 좋다.
     

                                         
    ▲고래고기 육회. 쇠고기 육회와 거의 흡사한 비주얼이 특징이다.
      
     
    부위마다 서로 다른 맛
    종류별로 시키는 것이 현명하다!
      
    먼저 수육은 푹 삶아 얇게 썬 것으로 돼지고기 수육과 비슷하다. 멸치젓국과 절묘하게 궁합이 맞는데, 기호에 따라서 소금이나 된장 등에 찍어먹기도 한다. 수육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작업이 고래의 핏물을 빼고 삶는 것인데, 고래의 피는 특유의 비릿한 향이 강하다. 이는 신선도가 떨어질수록 강해지기 때문에 오래된 고래를 쓰거나 피를 잘못 빼면 역한 냄새가 남게 되어, 고래고기를 즐기기는커녕 평생 고래고기를 먹을 수 없을 만큼 강한 트라우마가 되기도 한다. 냄새를 잡기 위해 삶는 단계에서 된장을 푸는 집들도 많은데 원칙은 소금을 써야 한다. 된장을 쓰면 고래고기 자체의 풍미를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육회는 가늘게 채 썬 고래 살코기에 달콤하고 시원한 배, 참기름과 다진 마늘 등의 양념을 넣고 버무린 것이다. 일반적인 소고기 육회와 비슷한 레시피인데 실제로 탄생하는 비주얼 역시 소고기와 거의 흡사하다. 막찍기는 슬라이스한 고래의 생고기를 양념에 찍어먹는데 색감이 매우 붉어 이 역시 소고기와 비슷하다. 고래에서 가장 귀하다는 우네는 고래의 턱밑살인데 미리 살짝 얼려놓았다가 얇게 썰어 초간장이나 겨자간장에 찍어먹는다. 꼬들한 식감이 특징인 오베기는 고래의 꼬리지느러미 부분으로 소금에 미리 절였다가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 내놓는다.

    ▲고래고기는 부위별로 찍어먹는 소스가 다르다
      
      
    - 추천맛집
    ①고래고기 원조할매집(052-261-7313 / 울산광역시 남구 장생포동 335-2) : 고래고기 원조 할매의 손맛 내공이 깊게 느껴지는 집이다. 특히 다른 집에서는 쉬이 따라할 수 없는 열두 가지 장의 맛!
    ②청해(052-222-4644 / 울산 남구 무거동 846-11) : 떠오르는 고래고기 맛집. 잡내 없이 깔끔한 고기 맛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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