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혹시 양곱창이란 말을 들어봤는가. 선수들은 이미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입맛을 다시고 있을 것이다. 전세계를 통틀어 소만큼 튼튼한 소화기관을 가진 동물은 없다는 사실, 소의 위는 4개나 된다는 사실 등을 미루어보면, 그토록 많은 위를 가졌기에 식용도 너끈했던 것이다.
양곱창은 소의 4개 위 중 제 1위를 뜻하며, 이 부위는 살이 두껍고 쫄깃한 식감과 고소한 맛이 특징이다. 소 한 마리를 잡아봐야 2~3kg정도 밖에 건질 수 없어, 예부터 매우 귀한 음식으로 대접 받았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몸값도 높아, 소곱창 중에서도 양곱창이 제일 비싸다. 양곱창을 취급하는 대부분의 집들을 찾아가보면 값이 저렴할 땐 수입산인 경우가 많고 어쩌다 한우 취급점을 찾아도 값이 터무니없이 비쌀 때가 많다. 하지만 여기 양산 남부시장 입구 왼편에 자리한 ‘참숯진양곱창’은 맛좋은 한우 양곱창을 오래 전부터 착한 가격으로 팔고 있다.
이집은 깊은 겨울 해거름 무렵, 날이 좀 침침해질 때쯤 장사를 시작해 새벽 술손님들의 안주까지 책임지다가 남들 출근 준비할 즈음 가게 문을 내린다. ‘밤장사’하는 집인데다가 연중무휴란다. 주인장 체력이 장사겠구나 싶어, 들여다봤더니 그냥 넉넉한 인상 가진 포근한 여주인이다. 연변에서 양꼬치집을 하다가 어느 기회에 한국으로 흘러들었는데, 양산이란 동네의 소박한 정취에 푹 빠져 새롭게 장사한 것이란다.
웬만한 장성들도 하기 힘들다는 곱창 손질단계를 여주인 혼자 너끈히 해버린단다. 게다가 기계 없이 약품도 일절 쓰지 않고, 하나하나 건강식으로 수작업을 한다니 “대체 남는 게 있냐”고 물었다. 돌아오는 대답, 음식은 마음으로 내는 거라 그런게 그렇게 중요하지 않단다. 셈부터 치고 봤던 것이 확 부끄러워져 얼굴이 달아올랐다. 인상만큼 마음씨가 따뜻하신 분, 이런 분이 만들어주는 음식, 엄청 맛있을 것 같다.
특제소스를 발라놓은 양구이가 이집의 인기메뉴다. 은은한 숯불 위에서 구워지니 익어가는 냄새가 장난 아니다. 고소함 위에 달콤한 향이 숨어있는 매력적인 냄새다. 맛도 딱 그만큼이다. 고소함에 숨겨진 달콤함, 쫄깃한 식감에 씹을수록 맛좋은. 구이 말고 뜨끈한 국물이 좋은 사람들은 곱창전골을 시키면 된다. 주인의 비법을 담은 비밀의 육수에 풍덩 빠진 곱창, 그 사이에서 우동사리를 건져먹는 재미까지 쏠쏠하다.
Jack's Tip.
곱창은 센 불보다 약한 불에 은근히, 오래 익혀 먹는 것이 더 맛있다. 고기를 올리기 전 환기통을 숯불 가까이에 놓고 물을 살짝 뿌리면 불길이 조금 수그러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