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하게 달빛 내려앉은 밤이 오면 태양 아래 숨겨두었던 찬란한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곳, 경주 동궁과 월지.
경주는 그 자체가 하나의 역사 같아서 발걸음을 몇 보만 옮겨도 또 다른 문화재나 유적지에 닿는 특별한 경험이 가능한 도시다. 월성을 둘러보고 돌아가는 길이라면 그곳에서 바로 도로 하나만 건너보자. 경주에서, 아니 대한민국에서 야경이 가장 아름답기로 유명한 동궁과 월지를 만나게 될 테니.

고즈넉한 동궁의 자태와 성벽을 두른 과함 없는 조명, 운치 있는 달빛이 만들어내는 장관이란! 연못에 비친 그림자와 실제의 경계가 모호해진 신비로운 모습은 한참을 보고 있어도 쉽게 발걸음이 떼어지지 않는 광경이다. 안압지라는 이름이 더 익숙한 동궁과 월지는 이 특별한 야경 때문에 CNN이 선정한 ‘한국에서 가봐야 할 아름다운 50선’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을 정도.

그렇다면 이곳은 어떻게 이런 아름다운 모습을 가질 수 있었을까? 바로 통일신라 문무왕 14년 때 별궁인 임해전에 큰 연못을 파고 그 안에 세 개의 산을 만들어, 꽃과 나무를 심고 기이한 새들과 짐승을 길렀다고 한다. 나라의 귀한 손님을 맞이하거나 군신들이 연희를 즐기는 장소로 사용되었다고 하니 그 시대에는 얼마나 더 아름다웠을지.
또 하나, 이 터에서 출토된 유물만 무려 3만여점이라는 놀라운 사실. 주로 신라 왕실이 얼마나 호화로운 생활을 누렸는지 알 수 있는 유물들인데, 국립경주박물관에 월지관이라는 단일 전시관으로 채워졌을 만큼 풍부하고 뛰어난 문화재를 품고 있던 보물 같은 곳이다.


Jack’s Tip.
1. 초저녁이면 관람시간이 끝나는 경주 내 대부분의 관광지와 달리, 야경이 백미인 곳이라 오후 10시까지 관람이 가능하다.
2. 밤에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지만 낮에도 분명 그 나름의 매력이 있다. 특히 여름에 방문한다면 경주시내에서 월지로 들어서는 길목에서 풍성한 연꽃단지를 만날 수 있을 것. 동궁과 월지를 둘러보고 난 후 흐드러지게 핀 연꽃길을 걸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