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아주 약간의 흔적들만 남긴 채 역사 속으로 숨어버린 곳. 한때는 화려한 신라의 왕궁이 자리했던 바로 이곳, 경주 월성. 월성(반월성, 신월성)이라는 이름은 성곽의 형태가 흡사 달의 모습을 닮아 붙여졌다. 성이라는 단어만 듣고 거대한 유적지를 생각했다면 실망할 수도. 넓고 경관이 좋아 궁성으로서 최적의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었다지만, 천년 넘는 세월이 지나는 동안 화려한 모습들은 거의 사라지고 현재는 터만이 남아있는 정도다. 성 주위를 둘러싼 신기한 구조의 해자(垓字)와 그저 평범해 보이는 언덕 위의 작은 바위들만이 그 옛날 성벽을 짐작케 할뿐이다.
월성 지하에는 아직도 청동기시대의 문무토기부터 통일신라시대의 토기, 기와, 건물초석 등이 깔려있어 발굴 작업이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현재까지도 깊은 역사를 품 안에 숨기고 있는 비밀스러운 곳이다.
볼거리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드넓은 잔디와 조용한 소나무 숲길을 따라 편안하게 산책하기 좋다. 따스하게 내리쬐는 햇볕, 쉼터를 만들어주는 커다란 나무그늘도 있고, 특히 봄이 되면 월성 앞은 유채꽃으로 뒤덮여 장관을 이룬다. 화려한 성을 대신해 자리한 넓고 푸른 잔디밭은 초목이 푸른 계절이 올 때면 언제나 소풍을 나온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웃음소리로 가득 채워진다.
Jack’s Tip.
1. 월성터는 드라마 ‘선덕여왕’과 ‘동이’의 촬영지로 사용되었다. 어린 미실과 사다함의 애틋한 사랑이 피어나던 나무 앞은 포토 스팟.
2. 잭이 아쉬운 것이 있다면 대개의 여행객들이 첨성대쪽의 반월성만 보고 돌아간다는 사실. 반월성 남쪽, 남천이 성을 감돌며 흐르는 비경이 숨어있다. 게다가 현재 월정교 복원공사가 진행 중이니 조금만 기다리면 더욱 아름다워진 월성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