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전각이나 혹은 반쪽짜리 성벽조차 찾아볼 수 없어 조금은 심심하기까지한 월성터 안. 이곳의 유일한 볼거리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바로 석빙고가 아닐까. 월성을 산책하듯 걷다보면 성터 중간 즈음에 자리한 이 270여년 역사의 얼음 창고를 만날 수 있다.
조선시대 사람들도 한 여름에 얼음을 사용했었다면 믿어지는가? 지금이야 4계절 냉동실에서 얼음이나 아이스크림을 꺼내먹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생활이 되었지만 조선시대에 그런 기계가 존재했을 리 만무하니. 그런 점에서 옛사람들에게 이 석빙고는 감탄스러울 만큼 신비로운 시설이지 않았을까.
무지개 모양으로 만든 천장에 공기구멍을 내어 차가운 공기는 밑으로 가라앉히고, 위쪽 더운 공기는 밖으로 내보내는 과학적인 원리. 그렇게 겨울에 채취한 얼음을 저장해두었다가 여름에 사용했다고 한다.
경주 외에도 안동, 창녕, 청도 등에 석빙고가 남아있지만 그중에서도 경주의 석빙고가 그 형태나 축조기술에 있어 가장 완벽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더욱 특별하다. 겨울에서 여름이 올 때까지 꽤 긴 시간동안 얼음이 유지될 정도라면 그 안의 온도가 얼마나 서늘할지 궁금해지지만, 현재는 일반 관람객들의 석빙고 출입을 금하고 있어 몸소 체험해볼 수 없다는 사실이 매우 아쉽다.
Jack’s Tip.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종종 착각하는 사실. 신라의 성터 안에 있지만 사실 이 석빙고는 신라시대 유물이 아니라 1738년 조선시대 영조 때 만들어진 시설이다. 삼국사기에 신라 지증왕 때 얼음을 저장했다는 내용이 전해지고 있기는 하지만 현재 남은 흔적은 없고, 이 석빙고도 그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