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세콰이어 하면, 공식처럼 담양이 늘 따라 온다. 수직으로 곧게 뻗은 메타세콰이어가 얼기설기 이어진 끝이 꼭 기나긴 터널처럼 아득한 곳. 영화 속에도 종종 얼굴을 내비치는 그 길은 아마, 사진으로 이미 눈요기를 끝낸 사람이 훨씬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 경주에도 담양의 그곳만큼이나 퍽 괜찮은 메타세콰이어 숲이 있다는 사실.
경주월드 맞은편에 메타세콰이어가 숲을 이뤘다고 되어 있지만, 사실 숲을 이뤘다고 보기에는 조금 민망한 구석이 있다. 우선 다른 특화된 관광지의 그것처럼 ‘숲길’이라고 부를만한 길이 없다. 메타세콰이어가 터널처럼 빽빽이 늘어서있는 통에 가능했던 드라이브도 여기선 할 수 없다. 도로가 아니라 그냥 자연의 흙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볍게 산보하는 것이 좋다. 또 행열을 맞춰 정확하게 식재된 메타세콰이어는 그 간격이 듬성듬성한 편이라 숲이라고 보기엔 어딘가 많이 휑한 모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닥까지 힘 있게 붙들어 맨 나무의 밑동부터 알 수 없는 그 뿌리의 지하까지, 거대하고도 집요한 생명력이 눈부시다. 곁가지 사이를 찬란하게 투과하는 오후의 햇살이 따뜻해질 무렵, 여기저기서 텐트를 펼치며 소박한 집 한 채씩을 뚝딱 만들어댄다. 그렇다. 캠핑장으로도 꽤 알려져 있는 곳, 아니 오히려 숲길이라는 어색한 말보다 캠핑장을 갖다 붙였을 때 ‘그럴 듯하다’는 느낌을 준다. 정체 모를 썰렁함, 한산함, 스산함의 속성을 정의할 수 있는 용도다.
사유지가 된 모양인지 ‘야영, ATV 금지’라는 푯말이 여기저기 무성의하게 꽂혀있다. 하지만 아무도 그 소식을 공식적으로 접한 사람은 없는 듯,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실제로 경북관광개발공사 측에서 “야영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확언을 해줬기 때문이라고. 그러나 밤늦게까지 근처의 안마시술소로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봉고차와 ATV, 오토바이의 소음. 깊은 새벽까지도 보문관광단지의 흥성거림이 숲 곳곳으로 침투해온다는 사실. 그리고 개수대, 샤워장 같은 편의시설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야영장으로 적합한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