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대표 자양강장식품 '전복죽'
뭍의 것과는 때깔부터가 다르다!
전복죽은 예로부터 국민 대표 자양강장식품으로 알려져 왔다. 기력이 쇠하거나 아픈 사람에게 어김없이 떠먹여주던 것이 있었으니, 그는 바로 전복죽. 전복은 단백질과 무기질이 풍부해 기력 보충에는 최고로 으뜸인 음식이었기 때문이다. 해서 예부터 해녀가 많았던 제주에서는 물질로 지친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해녀들이 즐겨먹었다고.
사실 이 전복이 뭍 사람에게는 귀한 것일지 몰라도 부산이나 통영처럼 바다를 끼고 사는 사람들에겐 그다지 와 닿는 음식이 아닐 지도 모르겠다. 해산물의 싱싱함으로 치면 부산도 최고가 아니던가! 허나 청정해역 제주에서 싱싱한 다시마와 미역을 양껏 먹고 자란 제주의 전복은 그 크기와 때깔부터 남다르다.
해녀들이 물질로 잡아온 것이 대다수이다 보니 제주도를 누비는 통에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해녀의 집. 해녀 공동 식당을 크고 작게 차려놓고 그날그날 물질 나간 해녀의 손에 그득히 잡혀온 것들을 요리해 파는 방식이다. 그래서 삼면 어디서나 바다가 잘 보이는 제주에서 곁에 물을 둔 곳치고 해산물을 팔지 않는 집이 없고, 그런 집들 중에서도 전복죽을 팔지 않는 집은 더욱 찾기 힘들다.
자연 그대로의 향기와 빛깔에서 맛의 비밀을 찾다
제주만의 전복죽 레시피
▲짙은 겨자색의 전복죽. 얼핏 카레같이 보이기도 한다.
이제는 익숙해진 제주 전복죽의 색감이다. 영양가가 특히 많고 터뜨려 음식으로 조리되면 기막힌 꼬순내를 내는 전복의 내장(게웃)을 제주에서는 버리는 법이 없었다. 내장이 터지면 미관상 흉물스럽다는 이유로 뭍에서 천대받던 것인데, 사실은 임금님 수라상에도 오를 정도로 귀한 것이라고.
재료 본연의 맛을 존중하는 제주의 식문화 특성은 전복죽 요리에서도 어김없이 드러난다. 전복죽을 만드는데 필요한 재료는 쌀과 전복, 참기름과 천일염이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어떤 집에서는 전복의 향을 해치지 않기 위해 참기름을 극소량으로 쓰기도 한다니, 제주인들의 자부심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제주에서는 더 이상 게웃을 넣고 쑤는 것 하나만으로 전복죽의 경쟁력을 갖출 수 없게 됐다. 양질의 전복과 게웃을 얼마나 많이 넣느냐, 게웃을 터뜨릴 때도 믹서기에 돌리는지 일일이 칼로 다지는지 디테일에서 많은 차이를 보인다. 전복과 게웃이 많이 들어갈수록 전복죽의 고소함은 배가된다. 이는 참기름 따위로 흉내낼 수 없는 깊은 맛의 비결. 또 게웃이 많이 들어갈수록 농도 짙은 푸른빛이 감돈다. 날전복의 내장을 그대로 보고 있는 듯한 생생함이 전해질 정도다.
* 맛집
①오조해녀의집(064-784-0893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오조리 3) : 전복죽만을 취급하는 전복죽 전문점이다. 그만큼 전통도 오래되고 맛도 깊이가 있는데, 요즘 이집의 맛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제주도에 워낙 전복죽이 맛있는 집이 많기 때문 아닐까.
②중문해녀의집(064-738-9557 / 제주 서귀포시 중문동 2658-2) : 바가지 상술 때문에 요금이 들쑥날쑥한 제주 안에서도 비교적 정직한 가격을 지켜주는 집이다. 밍밍하지 않고 깊은 꼬순내를 내는 전복죽 맛은 말할 것도 없이 훌륭하다.
③순옥이네명가(064-712-3434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도두동 2615-5) : 물회와 전복뚝배기가 맛있다고 소문난 집이다. 해서 자연스레 전복과 관련된 요리가 모두 맛있다. 특히 전복을 대하는 사장님의 장인정신이 인상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