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에서 특별관리하던 제주산 돼지
똥돼지의 흑역사를 거쳐 지금의 명품 흑돼지가 되다
제주도에 가면 누구나 한 번 이상은 꼭 먹고 오게 된다는 흑돼지. 허나 민가의 표현법을 빌리자면 흑돼지보다는 똥돼지가 더 친숙하다. 흑돼지라 쓰고 똥돼지라 읽는 풍습들을 보면. 일전에 1970년까지 실존했었던 농가에서 기르던, 사람의 인분을 받아먹고 자란다는 똥돼지를 흑돼지로 오인해 부러 먹지 않던 사람도 있었다고. 허나 똥돼지가 실제로 존재했던 것은 사실이나 그 똥돼지가 지금 우리가 즐겨먹는 흑돼지는 아니다. 똥돼지는 사육방식에 의해 그리 불린 것이고 흑돼지는 생김새 자체가 무척 검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흑돼지의 역사는 저 멀리 아득한 고려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나라의 토종 돼지는 아니고, 고려조 때 중국 북부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조선시대 대동여지도에는 제주에 돼지를 키우는 저장(猪場)이 있는 것으로 제주일원을 표기하기도 했다. 이때부터 국가적인 차원에서 제주의 돼지가 관리되었음을 알 수 있다. 달리 말하면 ‘혈통 있는 돼지’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다.
이 혈통 있는 돼지는 몸 전체가 빛이 날 정도로 완벽한 검은 색을 띄는 것이 특징이다. 굵고 거친 탈이 대가리부터 발끝까지 빼곡하게 뒤덮여 있다. 얼굴의 입과 코는 가늘고 길며 코는 끝으로 갈수록 좁아지는데, 이는 흑돼지의 관상 자체가 기다랗고 좁게 빠졌기 때문이다. 얼굴과 콧등에는 가로주름이 있고, 작은 귀는 다른 백돼지와 달리 접혀있지 않고 위로 쫑긋 솟아있다. 눈망울이 초롱초롱하고 행동이 민첩하며 성격도 온순한 것이...인간의 식문화를 위해 도축해야 하는 사실이 안타까울 정도다.
이 흑돼지는 일반 돼지에 비해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세고 체력이 좋은 편이라 특별히 아픈 곳 없이 건강하게 잘 자란다. 그렇게 자라난 흑돼지는 지방 함유량도 높고 육질이 연하고 부드러워 일반 돼지보다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폭발하는 흑돼지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 쩔쩔맬 정도라고.
대부분의 식당에서는 흑돼지를 근고기 형태로 두툼하게 잘라내 연탄불에 구워먹는 방식을 최고로 친다. 여기에 은근한 불을 내는 백탄을 사용하는 집이라면 금상첨화. 백탄이 발산하는 원적외선의 효능이 흑돼지를 만나면 훨씬 노릇노릇하고 쫄깃한 고기를 만들어낸다. 또 제주에서는 흑돼지를 쌈장이나 파절임에 싸먹으면 초짜 인증하는 꼴이 되고 만다. 반드시 함께 나온 멜젓(멸치젓)에 푹 찍어 먹어야 풍부한 흑돼지 맛의 스펙트럼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맛집
①늘봄흑돼지(064-744-9000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노형동 2301) : 원래는 갈비집이었으나 흑돼지를 취급하기 시작하면서 맛집으로 유명해졌다. 다른 곳과 달리 흑돼지를 생구이뿐만 아니라 바비큐로도 즐길 수 있다.
②흑돈가(064-747-0088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노형동 1509) : 흑돈가는 KBS <소비자고발-흑돼지>편에서 순수 제주 흑돼지를 사용하는 집으로 인정, 전국 대표 맛집 170개 중 하나로 선정, 제주도 지사가 인증한 흑돼지 맛집 1호점으로 인정받은 명실공히 맛집 of 맛집이다.
③돈사돈(064-746-8989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노형동 2470) : TV프로그램 <1박2일>과 <스펀지>에 출연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이집의 별미인 특제 멜젓(멸지젓)에 고기를 퐁듀처럼 푹 찍어먹으면 둘이 먹다가 하나 죽어도 책임 안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