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돌하르방

  • 365일 거센 바람을 품고 있는 제주에는 곳곳에 물질 나가는 해녀를 비롯한 여자들도 참 많다. 그리고 어딜 가나 발에 채이는 건 제주의 돌들. 구멍이 숭숭 난 현무암은 화산섬 제주의 아이덴티티를 통째로 상징하는 고마운 돌이다. 실제로 현무암은 돌하르방을 비롯한 제주 전통집 앞을 에워싸고 있는 낮은 키의 돌담들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지금은 뜸해졌지만 90년대에는 제주를 찾았다가 돌아오는 관광객들의 손에 가장 많이 들린 것이 돌하르방 열쇠고리였다.
     
    그럼 이 돌하르방은 언제, 어떻게, 누구에 의해 만들어진 것일까. 제주를 안내하는 길목 곳곳에 그 친숙한 모습의 하르방이 따스하게 웃고 있어도, 그 유래를 궁금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돌하르방은 50년 넘게 돌하르방과 함께 해온 석공예 명인 장공익(82) 옹을 통해 세상에 태어났다.
     
    13살 때 돌을 가지고 놀면서 석공예의 길에 들어선 공익 옹은, 스물 두살 군 제대 후 돌로 해녀상과 재떨이 등을 만들어 팔면서 생업을 잇기 시작했다고. 그러나 돌을 깨 만든 단조로운 형상을 다른 지방에서 모방하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그는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자신만의 예술성을 개발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속돌로 만든 최초의 돌하르방이 대박 났고, 그조차 모사품이 판을 치게 되자 더욱 까다로운 돌을 고르게 된 것이 바로 오늘의 현무암질 돌하르방이다. 현무암은 강하다기보다 질긴 돌이라 더 오래 매달려 있어야 했다. 27살의 공익 옹은 그렇게, 투박하고 질긴 현무암에 매달려 한평생을 살아온 것. 지금은 그 작품성과 장인정신을 인정받아 60개국 이상의 나라 곳곳에 널리 퍼져 있다.
     
    하지만 투박하고 거친 모습이 좋아 사랑했던 돌하르방을 점차 잊어가는 관광객들 때문에 공익 옹은 씁쓸하다. 점점 더 고운 모습의 돌하르방을 찾게 되면서, 다른 암질로 만들어진 ‘가짜’ 돌하르방이 판을 치고 있는 것. 옛날에 비해 수요가 뚝 떨어졌지만, 그는 여전히 홀로 현무암 돌하르방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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