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녹차재배지의 양대산맥은 보성과 제주이다. 처음엔 보성이 홀로 녹차수도를 전담하는 듯했지만 제주에 광활한 녹차재배지가 생긴 후 사정은 달라졌다. 작물이 자라기 힘든 척박한 땅이라고만 여겨져 왔던 제주가 현재는 기적처럼 초록의 물결 일색이 되었다. 과연 그 척박한 땅에 처음으로 녹차 씨앗을 뿌린 이는 누구였을까.
제주의 녹차 신화는 달리 아모레퍼시픽 오설록 신화라 부르기도 한다. 아니 오히려 제주 녹차라는 말보다 오설록 녹차라는 말이 더 친숙하다. 한데 이 오설록의 다원(도순다원, 서광다원, 한남다원) 3곳은 모두 제주에 있으므로 ‘오설록 녹차=제주 녹차’라는 공식이 성립된다. 제주는 더 이상 감귤과 한라봉만의 섬이 아닌, 녹차 명품수도로 거듭나게 됐다.
아모레퍼시픽의 창업자인 서성환 회장은 사업상 외국을 자주 드나들면서 그들 나라 모두 고유의 전통 차와 차 문화가 있는 사실이 늘 부러웠다. 때는 1970년 후반이었는데 당시 먹고 살기도 힘들었던 우리나라는 차 문화를 운운할 수준이 아니었다. 전통차와 문화는 자연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던 중이었고, 서회장은 급기야 1979년 녹차 사업을 공표하게 된다. 녹차사업의 특성상 꾸준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최소한의 생산성이 확보되기 때문에 투자의 사업상의 불확실성 때문에 처음에 주변의 엄청난 반대에 부딪혔다고 한다.
아모레퍼시픽 팀은 녹차 재배를 위한 황금부지를 찾기 위해 대한민국 전역을 돌며 100회가 넘는 현지조사를 하게 된다. 광주 무등산부터 지리산 화개 지역까지 그렇게 흘러흘러 제주에 이르렀다. 제주는 비록 토질은 척박했으나 온화한 기후와 충분한 강우량, 높은 일조량 등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갖춘 ‘신이 내린 땅’이었다.
현재 제주도는 최고의 녹차재배지로 국내를 넘어 세계적으로 그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중국의 황산, 일본의 후지산과 더불어 제주의 한라산은 세계 3대 녹차재배지가 됐다. 환경과 기후, 토양이 차 재배지로 유명한 전남 보성과 경남 하동보다 월등히 우수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신이 내린 땅에서 엄격한 관리 끝에 태어난 녹차의 맛은 당연히 말할 것도 없이 훌륭하다.
▲오설록에서 판매하는 녹차아이스크림
▲오설록 선물코너
각종 명차 품평회에서 상을 받는 일은 이제 일상이 된 제주 녹차. 그에 따라 제주만의 문화를 담은 독특한 상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와 협력하여 제주 녹차 사업도 다각화되고 있어, 육지에서도 특성화된 제주 녹차 상품을 접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뭐든 오리지널을 능가하기란 힘든 법. 제주에는 ‘오직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녹차들이 있다. 비단 차에서 끝나지 않고 그를 응용하여 만든 아이스크림, 케이크, 주스, 냉면 등 다양한 식품군도 맛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