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kg에 육박하는 거구, 안경, 불행인지 다행인지 여드름은 없었다. 소위 말하는 ‘오덕’돋는 푸근한 인상의 주인장 앞에 너무도 아기자기한 모습의 피규어들. 죄다 그가 수집한 거라고. 그러고 보니 가게 이름부터 웃긴다. 뽈랄라라니, 뭔 뜻인가 물어봤더니 전혀 예상치 못했던 답변이 날아온다. 나름 합성어인데, 포르노와 랄랄라를 합친 거란다. 뜻은 ‘눈치 보지 말고 재미있게 살자’라는 삼라만상의 진리.
장난감을 주요 아이템으로 해서 각종 찌라시와 포르노물, 동네 문구점에서 팔던 스티커와 딱지, 한 시대를 풍미했던 핫한 아이템까지 진짜 없는 게 없다. 괴짜 수집가의 비밀의 방에 들어온 기분이랄까. 뭐든지 기념될 만한 것을 모으기 시작한 것이 어느덧 30년 전 일. 새것만 선호하는 세상에서 자신만이라도 오래된 것, 하찮은 것들을 기억하고 싶었단다.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하나 둘, 모아온 수집품이 어느새 2만여 점에 달했다. 이 정도면 거의 박물관 급이다.
잭의 세대가 추억하는 시절만의 아이템들도 찾을 수 있었다. 장난감에서 팔던 허술한 조립식 장난감부터 부모님에게 사달라고 떼쓰던 ‘꿈의 장난감’까지 전부 다 있다. 그것들을 보고 있자니 절로 어린 시절의 추억과 조우하게 된다. 철부지 어린 애였지만 어깨만큼은 한없이 가벼웠던 그 시절이 참 그립기도 하다.
일이든 공부든 결혼이든 뭐든, 각종 과시와 성과, 경쟁의 늪에서 허우저거리는 현대인의 삶은 어찌 보면 가련할 정도로 팍팍하고 타이트하다. 그런데 이 가게를 찾은 객들만큼은 모든 긴장을 내려놓은 듯한 천진난만한 눈빛들이었다. 그래, 뽈랄라처럼 우리도 가끔은 빡빡하게 말고 ‘허술하게’ 한 번 살아보자. 까짓 좀 허술하게 산다 해도 누구도 욕하지 않고 아무 것도 잃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느린 인생의 리듬을 타면서 그동안 전력질주하느라 보지 못했던 것들을 찬찬히 돌이켜볼 수 있는 기회도 생기게 될 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