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백제500년과 조선왕조500년, 천년도읍의 역사가 깃든 서울은 도심 곳곳에 고궁과 문화유적이 산재해 있다. 도심의 번화가를 걷다가 문득 오래된 궁궐의 문을 만나 홀연히 들어가 보고, 궐 밖을 나와 돌담길 걸으며 오래 전에 사장된 이야기를 떠올려 보는 것은 어떨까.
AM 09:00 광화문광장
2009년 세종로에 조성된 길이 550m, 너비 34m의 광장. 계절마다 꽃밭이 꾸며지고 여름엔 분수공원을 운영한다. 한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위인 세종대왕과 이순신장군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광장 양쪽자리에 유유히 흐르고 있는 역사물길 아래, 지금껏 어떤 역사가 새겨져왔는지 또 앞으로는 어떤 역사가 새겨질지 생각해보자.
AM 09:30 광화문
광장너머 웅장하게 서있는 광화문을 놓치지 말자. 경복궁 정문으로 태조 4년대 창건됐다. 석축기단 위에 3개의 홍예문, 그 위에 정면 3칸으로 된 문루를 2층까지 쌓았다. 2층 문루에서는 바로 앞 세종로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광화문은 섬세한 수법과 디테일을 직접 눈으로 보고 느껴보자. 이 문이 현재 전해지는 궐문 중 제일이라는데 과연 그런 것 같은지?
AM 10:00 경복궁
일단 만사 다 제치고 하루 세 번(10시, 13시, 15시) 홍례문 앞에서 열리는 수문장 교대의식 먼저 챙겨보자. 이걸 다 보고 난 후 궁궐투어를 시작해도 늦지 않다. 경복궁은 1395년에 건립된 후 500년 동안 조선의 중심이 되었던 조선왕조의 법궁이다. 조선조 5대 궁궐 중 최고의 규모를 자랑하는 만큼 궐내는 무척 넓다. 궁궐이 넓은 만큼 궐내 주요 전각을 지정해두고 코스를 짜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 추천코스 : 홍례문 → 근정전 → 교태전 → 자경전 → 향원정 → 신무문 → 청와대 촬영 → 경회루 → 국립고궁박물관
AM 11:50 북촌한옥마을 (점심식사)
경복궁에서 창덕궁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북촌한옥마을. 900여 동의 한옥이 들어선 곳으로 조선시대 왕족과 귀족들이 모여 살았다. 이곳은 부러 길을 허물고 새 길을 닦거나 하는 인위적 요소 없이, 오로지 있는 그대로를 가꾼 곳이니 조용히 둘러보고 갈 것을 추천한다.
* 한옥마을 근처에는 한옥을 개초해 만든 레스토랑이나 와인 바, 카페 등이 많은데 모두 특별한 분위기와 맛을 가진 집들이다. 꼭 이곳에서 점심을 먹어보길.
* 민가다헌(퓨전한식/4~5만원대/서울특별시 종로구 경운동 66-7/02-733-2966)
PM 01:10 창덕궁
1405년 지어진 경복궁의 별궁으로 조선시대 궁궐 중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된 궁이다. 산비탈을 따라 전각을 배치하고 자연을 살려 정원을 꾸미는 등 자연을 해치지 않으려는 선조들의 지혜를 지혜가 물씬 느껴지는 곳이다.
PM 02:20 경희궁
경희궁이 있던 자리는 본래 광해군의 이복동생인 정원군의 사저였으나 이곳에 왕기가 서렸다는 말에, 광해군이 사저를 빼앗아 임시 궁궐로 지은 것이다. 정사에는 유사시 궁궐로 활용하기 위해 광해군이 지었다고 기록하고 있으나, 정원군의 기세를 누르기 위한 것이었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그 후 숱한 화재, 경복궁 중건, 식민지배 등의 이유로 건물이 이동되거나 헐리는 수모를 겪은 곳이기도 하다. 아픔이 많은 궁궐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
PM 03:00 덕수궁
원래는 왕족의 저택이었으나 1592년 임진왜란 이후 부서진 궁궐들을 수리하는 동안 왕이 머물며 별궁이 된 곳이다. 조선 후기 들어서 고종의 사랑을 특별히 많이 받았던 궁궐이기도 하다. 이곳에서는 궐내 최초의 서양식 건축기법으로 만들어진 석조전, 서양과 한국의 건축양식이 혼재된 정관헌이 꼭 둘러봐야 할 장소.
PM 03:30 덕수궁미술관
덕수궁미술관은 이름처럼 덕수궁 궐내 근대서양의 건축 양식이 가미된 웅장한 건물에 들어서 있다. 로마 신전을 연상케 하는 열주 여섯이 정면을 향해 숭엄하게 세워져 있는 모습, 가장자리 열주 사이로는 현재 전시중인 기획전 현수막이 펄럭이고 있다. 이곳에서는 굵직굵직한 기획전시전이 자주 열리니 홈페이지를 먼저 참조하길 바란다.
PM 04:30 덕수궁돌담길
앞서 덕수궁을 먼저 돌아보고 난 후 시청을 바라보고 선 덕수궁 대한문 바로 옆에서 시작되는 길을 걷기 시작했다. 덕수궁 가장자리를 쌓은 돌담 바깥에 난 산책로라 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이 길은 서울시립미술관 앞 분수대까지 이어지는데, 봄에는 신록이 터널을 이루고 가을에는 은행나무의 노란 물결이 일렁이는 등 사계절 내내 옷 갈아입는 가로수를 볼 수 있다.
* 돌담길 중간에 있는 정동분수대 앞 난장이조각상에서 재밌는 기념사진도 찰칵!
PM 05:00 숭례문
한양 도성의 남쪽이자 정문의 역할을 했던 문으로 한양 성곽과 함께 1396년에 만들어졌는데, 동대문과 달리 옹성이 만들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아 방어의 목적보다는 도성의 주입구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강한 듯하다. 2008년 방화로 인해 전소에 가까운 큰 훼손을 입은 후, 2013년 5월 4일 복구 기념식을 열었다.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복구했다고 하니 그 디테일을 살펴보자. 참 이곳에서는 특히 자나 깨나 불조심 또 불조심!
PM 05:40 흥인지문
동대문은 서울 도성에 딸린 8문 중 하나인데 다른 성문들이 대개 그렇듯, ‘흥인지문’이라는 번듯한 이름이 있으나 ‘동쪽을 지키는 성’이라 해서 통칭 동대문이라고 부른다. 동대문이 있는 자리는 지형이 낮고 평탄해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옹성을 꽤 두껍게 쌓았다. 숭례문이 도성의 주입구라는 상징적인 기능만 담당했던 데 비해 동대문은 실질적으로 국토 수호라는 군사적 기능에 충실히 지어진 것이다. 성문을 튼튼하게 지키기 위해 성문 바깥쪽 반원 모양으로 두 겹씩이나 쌓인 옹성이 제법 든든한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