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궁이 있던 자리는 본래 광해군의 이복동생인 정원군의 사저였으나 이곳에 왕기가 서렸다는 말에, 광해군이 사저를 빼앗아 임시 궁궐로 지은 것이다. 정사에는 유사시 궁궐로 활용하기 위해 광해군이 지었다고 기록하고 있으나, 정원군의 기세를 누르기 위한 것이었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그 후 화재로 인한 소실, 경복궁 중건으로 인한 건물 이동 등으로 훼손되다가 일제강점기 때는 본격적으로 건물 대부분이 헐리거나 일본인학교 교실로 사용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기구한 배경으로 탄생된 이래, 지금에 이르기까지 숱한 곡절의 세월을 버텨온 것이다. 1988년 홍화문을 옮겨오고 숭정전을 다시 지으며 복원사업이 진행됐다. 숭정전은 경종, 정조, 헌종 등이 즉위식을 거행했던 경희궁의 정전이다. 그밖에 경희궁의 정문인 흥화문과 박문사 , 자정전, 태령전 등이 복원됐다.
태령전 뒤편에 두꺼비가 입을 벌리고 있는 기이한 모양의 바위, ‘서암’이 보인다. 바위에서 샘물이 흘러나오는 모습을 본 숙종이 상서로운 바위라는 뜻에서 이름 지은 것인데 달리 ‘왕암’이라 부르기도 한다. 경희궁은 다른 대형 궁궐에 비해 찾는 이가 많지 않아 궁궐의 분위기가 고즈넉하다. 서울 관광에 지친 심신을 진정으로 쉬게 할 수 있는 힐링스팟인 셈. 쌓인 여독으로 피로해진 객들에게 추천하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