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이 들어선 용산은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저 외국군의 주둔지로 기억돼 왔다. 게다가 난개발의 상처에 얼룩진 동네는 날이 좋을 때 찾아가도 어쩐지 쓸쓸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용산에는 기념비적인 사건이 터진다. 2005년 광복 60주년을 맞아 ‘용산 역사 되찾기’의 일환으로 개관한 국립중앙박물관. 용산의 역사는 박물관 개관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전환점이 되었다.
상실의 땅 용산에 5천년 문화의 정수가 집약된 대규모 박물관이 들어선 자체만으로 역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그 의미가 참으로 컸다. 세계 6대 박물관의 덩치와 비견될 만한 압도적인 규모. 대청마루와, 청자, 화강암 등으로 쌓아올린 건물 구조 역시 한국적인 美가 짙게 깔려 있다.
거울못이라 불리는 넓은 연못 왼쪽에는 시기에 따라 전시 주제가 바뀌는 기획전시관, 오른쪽에는 상설전시관이 자리했다. 둥근 유리 형태의 건물 입구가 인상적인 상설전시관은 6개의 주제관으로 나뉘며 1만 3,500여 점의 유물을 주기적으로 교체 전시하고 있다. 이곳은 선사시대부터 고려, 조선조 등의 중세·근세시대까지 시대의 흐름 따라 변화 발전한 한국의 옛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야외에 조성된 석조물정원을 둘러보는 맛도 빼놓을 수 없다. 거울못 끝자락에 조성된 석조물정원에는 잔디밭과 나무가 우거진 곳곳에 다양한 모양의 석탑이 들어서 있다. 그 개성 강한 모습들을 구경하며 사이사이를 조용히 산책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