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가 통치 이념이 된 조선시대에는 향나무를 각별히 아끼고 사랑했다. 궁궐의 정원에서도 가장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나무가 향나무일 정도로 그 푸릇한 모습을 좋아했다. 조상을 기리는 제사에는 향으로 쓰일 뿐 아니라 장신구, 염주 알 등에까지 널리 쓰였다. 나무자체로는 고급 조각재, 가구재, 불상, 관재 등으로 애용될 정도로 향나무는 버릴 것 없는 완벽한 나무였다. 하지만 궐에서 키우는 향나무는 향의 재료로 쓰기 위해 직접 베진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궐 곳곳에서는 수령이 오래된 굵직한 향나무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창덕궁 향나무는 현존하는 궁궐의 나무 중 가장 나이가 많다. 새로 복원한 봉모당 뜰 앞에 서있는 참으로 거대하고 장중하다. 용트림하듯 뻗쳐나간 가지와 마치 하나의 건축물처럼 육중한 몸체. 약 750년 이상의 세월을 살아온 것으로 짐작하는 이 향나무는 천연기념물 194호로 지정됐다. 파란만장한 조선왕조의 영욕을 내내 지켜본 생명체인지라 그 의미가 더욱 각별하다.
지난 2010년 때는 태풍 곤파스를 이기지 못하고 한쪽 가지가 부러져 나갔다. 다행히 향나무의 원형이 크게 변형되지 않는 선에서 부러졌는데, 살리기 어려울 것 같아 해당 가지를 잘라냈다. 상처를 극복하게 다시 굳건히 살아가는 향나무의 생명력이 실로 놀라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