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창립 50주년을 기념, 2001년에 개관한 화폐금융박물관(이하 화폐박물관)을 찾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근대건축물 답사를 위해, 또 하나는 ‘돈의 모든 것’을 알아보기 위해.
첫 번째 이유는 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어져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박물관 건물을 보면 마치 유럽의 거리에 와있는 듯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그럼 돈에 관한 모든 것을 알 수 있다는 두 번째 이유는 뭘까. 말 그대로다. 시간이 흘러도 불변하는 자본주의 최고의 가치 돈에 대한 궁금증은 아무리 풀려도 계속 생겨나는 화수분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한국은행이 세운 곳인 만큼 박물관 한켠에는 한국은행의 탄생과 조직 운영 등의 역사가 사진과 함께 일목요연하게 전시되어 있다. 바로 이어지는 화폐의 일생 코너에는 화폐가 발행되어 은행을 지나 시중에 떠돌다가 다시 한국은행으로 돌아와 폐기되기까지, 화폐가 겪는 곡절의 한평생을 잘 보여주고 있다. 또 화폐는 폐기되는 순간 잘게 부셔져 건축자재나 차량용 방진 패드의 원료로 재활용된다고 하니, 진정 버릴 데가 하나도 없는 기특한(?) 녀석이다.
그밖에도 위폐 식별 장치, 금리와 물가 움직임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 우리나라의 시대별 화폐 변천사, 세계 각국의 진귀한 화폐를 전시한 화폐광장 등 볼거리가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