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에서 위로 거슬러올라간 서민의 음식, 설..
  • 설렁설렁 한 그릇 뚝딱 말아먹어서 서민의 음식이었던가?
    조선의 왕도 드시던 음식이다!
     
    ▲뽀얀 국물이 인상적인 설렁탕. ⓒ네이버지식백과  
       
    설렁탕은 쇠고기, 소의 대가리, 내장, 뼈다귀, 족 등을 푹 고아서 우려낸 국물에 소면, 밥을 말아 먹는 것으로 한국의 대표적인 음식 중 하나이다. 어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으나 가장 유력한 것은 다음과 같다.
     
    조선시대에 임금이 직접 농사가 잘되기를 바라는 제사를 지냈던 선농단에서, 행사 후 만든 국밥을 선농탕이라 부른 데서 유래했다는 것. 그때의 선농탕이 자음동화 현상으로 지금의 설렁탕되었다는 이야기다. 이 외에도 국물을 오랫동안 설렁설렁끓인 데서 유래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설렁탕은 밥을 말아 한 끼 식사 뚝딱 해치우는 음식이니, 진짜 설렁설렁 먹는다는 말이 제법 그럴싸하게 들린다. 큰 솥에 잔뜩 고아 놓고 끼니때마다 밥에 후루룩 부어 먹으면 끝이니 우리네 어머니들도 설렁탕 한 솥이면 며칠간은 반찬 걱정 꽤 덜었으리라.
     
    설렁탕과 곰탕?
    육수부터 '한끗' 차이
     

    ▲ 곰탕은 설렁탕에 비해 다소 맑은 국물 빛깔, 살코기 위주의 고명이 특징이다.

    간혹 설렁탕과 곰탕을 헷갈려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참에 교통정리를 확실히 해두자. 설렁탕은 애초 민가에서 시작된 서민의 음식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에, 가격 상승에 대해 유독 민감하게 구는 구석이 있었다. 하여 그 대안으로 새롭게 등장한 명칭이 바로 곰탕’. 곰탕은 본래 설렁탕의 한자 표기인 공탕(空湯)에서 온 것인데, 이는 오랜 시간 푹 곤 음식을 영양식으로 치는 한국인의 정서상, 몸에 좋은 음식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현재는 설렁탕과 곰탕을 두고, 쇠고기와 잡육, 내장 등 소의 모든 부분을 뼈가 붙어 있는 그대로 하루 이상 푹 고는 것을 설렁탕이라 치고, 뼈 없이 고기와 내장만으로 단시간 끓여낸 것을 곰탕으로 치는 것이 통설이다. 한데 소의 온갖 부위를 넣으면 그만큼 잡내가 많아질 확률도 높아져, 혐오스럽게 여겨지는 부위는 조금씩 덜어내고 있는 실정. 이 온갖 것을 다 놓고도 잡내 없이 깊은 국물 맛을 내는 것이 진정 달인의 맛집일 텐데... 조금은 안타깝기도 하다.
     

    설렁탕 맛있게 먹는 법
     
    실제로 서울에 상경해보면 제법 큰 골목 쳐 놓은 곳 치고 설렁탕을 팔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서울은 예나 지금이나 설렁탕의 도가니다. 서울이 경성이라 불리던 시절부터 설렁탕은 줄곧 대중의 삶에 밀착해있었던 정겨운 음식 중 하나였다.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에서도 김첨지가 아내에게 먹이기 위해 악착같이 사서 달려갔던 음식도 바로 설렁탕이라는 사실!
     
    소의 온갖 잡육을 뼈째로 그대로 넣고 푹 고아낸 것이라 국물 색깔이 어린 아이 먹일 분유처럼 뽀얗다. 해서 현대 들어 개량된 맑은 설렁탕 국물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비위가 살짝 상할지도 모르겠다. 식당에 따라 이 육수를 단 한번만 고아내는 집도 있고 여러 번 고아내는 집도 있는데 여러 번 골수록 특유의 비린내는 사라진다. 허나 그와 동시에 깊고 진한 사골 육수 맛도 함께 사라진다.
     
    간혹 국과 밥을 철저히 구분하여 고상하게 국물을 떠먹는 객들이 보이는데, 이는 설렁탕을 진정으로 맛볼 수 없는 처사임을 미리 알려둔다. 설렁탕이란 모름지기 국물에 밥이 빠져들어 그 밥이 낱낱이 분해되어 한 톨 한 톨에 국물이 촉촉하게 밴 상태에서 최고의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 그리고는 함께 나온 깍두기 국물을 거침없이 투하하라. 깍두기 국물의 달콤시큰한 맛이 자칫 느끼해질 수 있는 설렁탕의 더부룩함을 깔끔하게 잡아줄 것이다. 그래서 난다 긴다 하는 설렁탕집들은 이 깍두기 맛도 한 끗발 좀 날리는 경우가 많다. 어떤 집들은 깍두기만 전문으로 만드는 셰프가 따로 있을 정도라고. 그러니 탕 못잖게 주요한 메인을 담당하는 깍두기, 절대 그냥 지나치지 말자.
     
     
     
    * 추천 맛집
    잼배옥(02-755-8106 / 서울 중구 서소문동 64-4) : 1930년대 서울역 잠바위골에서 시작해 80년 넘는 아득한 세월 지켜온 잼배옥. 사골육수를 단 한 번만 고아내기 때문에 옅은 비린맛과 더불어 깊은 감칠맛이 특징이다.
    이문설렁탕(02-733-6526 / 서울 종로구 견지동 88) : 1904년 개업해 올해로 109년째를 맞이한 노포 계의 절대갑. 바람의 아들 김두한과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손기정 등의 유명인사들이 즐겨 찾던 맛집이다. 잼배옥처럼 뽀얀 국물, 슴슴한 뒷맛이 특징.
    하동관(02-776-5656 / 서울 중구 명동110-4) : 설렁탕은 아니고 곰탕 맛집. 설렁탕과 곰탕의 구분을 명확히 하고 싶다면 앞선 두 집 말고 하동관도 찾아보자. 맑은 국물에 많은 고기와 내포가 든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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