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시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는 신정시장. 거대한 규모의 구석구석을 채운 다양한 품목이 그야말로 만물시장의 풍경을 연출하는데다가, 대형마트 못지않게 고객의 동선을 십분 고려한 상가 배치와 깔끔한 정돈이 그 인기 비결이라고 합니다.
다른 전통시장과 마찬가지로 노점과 상가 형식이 혼합되어 있으며, 왁자지껄 활기에 넘친 특유의 호흡이 느껴집니다. 손님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빈자리를 한갓지게 지키고 선 상인들의 표정에서는 여유가 넘치는 군요.
손칼국수집과 족발집이 즐비한 골목으로 접어드니 곳곳에서 따뜻한 훈기와 맛있는 냄새가 넘쳐납니다. 군데군데 시식코너를 설치한 상점까지 들러보고 나니, ‘그래도 대형마트지’ 했던 일말의 고집은 완전히 설득력을 잃습니다. 구색을 똑같이 맞췄는데 가격은 더 저렴하고 질도 좋다면 당연히 ‘동가홍상同價紅裳’의 상도를 따라야하겠지요.
쓸 만한 물건, 입맛 돋우는 주전부리를 좀 산다는 것이 어느새 한 바구니 가득입니다. 채워진 바구니만큼이나 풍요로워진 마음에 뿌듯해하며 돌아나가는 길에, 오래된 여관이 한 채 보입니다. 맙소사, 오가는 객들이 하룻밤 묵어갈 수 있는 곳까지 있다니. 의식주의 모든 필요를 다 채워주는 이곳은 그야말로 만물시장이 따로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