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불고기의 대항마 언양불고기
  • 가장 한국적인 맛,
    코리안 불고기!


    한국의 음식 중 김치와 불고기만큼 명백한 아이덴티티를 담고 있는 게 또 있을까. 대개의 외국인들은 한국의 음식이라 하면 가장 먼저 김치와 불고기를 떠올린다. 그중에서도 얇고 부드러운 소고기를 달콤한 양념장에 담가 숙성을 거친 후 맛이 제대로 들었을 때 훈훈한 불판에서 노릇노릇 구워먹는 불고기의 맛은 가히 환상적. 고춧가루와 마늘 등의 맵고 자극적인 식재료를 주로 쓰는 한국의 식문화에 까다로운 입맛을 가진 외국인들도 이 달큰한 불고기 한입에 엄지를 척! 하고 내줄 정도니...
     
    허나 이 불고기가 어느 동네에서 구워지냐에 따라 스타일이 명백하게 달라진다. 서울 불고기집에 가면 옛 한양스타일로 양념이 육수 수준으로 흥건한 불고기를 만날 수 있는데, 흔히 서울식 불고기라 부르는 것이 거의 ‘물고기’에 가깝다. 그만큼 전골 수준으로 국물이 많아 밥 비벼먹는 데는 안성맞춤. 그 국물이 또 너무도 달콤해 여성들과 아이들 입맛에 딱이다. 하지만 서울식 불고기는 강한 양념으로 인해 고기의 식감과 맛을 잘 느낄 수 없는 단점이 있다. 고기의 선도가 얼마나 좋은지, 질기진 않은지 고기 자체에 대한 디테일한 검증을 방해하는 것. 따라서 불고기의 참맛을 느끼고 싶다면 울주군 언양읍으로 가야 할 것이다.
     
    이 작은 땅 울주에서조차 언양식과 봉계식으로 스타일이 세분되는데, 현재 울주군 안에서 쌍벽을 이루고 있다. 봉계식은 양념을 바르지 않고 숯불에 한우고기를 올려놓고 왕소금을 뿌려 담백하게 구워먹는 소금구이 스타일이다. 진짜 고기쟁이들은 양념을 가미하지 않은 것을 좋아해 봉계식을 더 많이 찾지만, 전국적으로 유명한 건 ‘언양식’이니 편의상 여기서 언급하는 언양불고기로 이해하면 편할 듯하다.
      
    국물없이 담백하게 구워내는 맛
    양반가에서 전해져 내려오던 맛

      
    언양불고기의 유래는 생고기를 석쇠에 올려 구워먹던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에는 소금간만 해서 기름만 살짝 발라 담백하게 구워먹던 방식이 조선 후기 ‘저미어 양념해 구운 쇠고기’인 ‘너비아니’로 계승됐다. 그러니 궁중음식 너비아니도 그 뿌리는 언양불고기에 두고 있는 것이다. 서울을 주름잡고 있는 전골 느낌의 불고기는 한국전쟁 직후 발전한 스타일로, 극도의 가난과 배고픔에 시달리던 당시에 주재료인 고기에 신경 쓸 여력이 없어 부재료인 양념에 치중한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너비아니에서 언양만의 불고기가 독특하게 자리 잡게 된 것은 1960년대 이후부터다. 당시 고속도로 건설을 위해 인부들이 언양으로 모여들었고 그때 울주에서는 이제 막 너비아니 스타일을 계승발전시킨 언양식불고기를 전문으로 하는 집들이 생겨나고 있었다. 고속도로가 완전히 개통되면서 언양불고기의 명성은 전국적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언양불고기 특구에 들어선 대부분의 집들이 대동소이한 맛을 보이지만, 고기를 다루는 스타일은 제각각 다르다. 어떤 집은 얇게 슬라이스한 소고기를 양념에 재워 자유롭게 구워내기도 하고 어떤 집은 사진처럼 단단하게 다지고 뭉쳐 떡갈비 스타일로 내놓기도 한다. 허나 이들 모두 최소한의 양념만으로 고기 자체의 맛을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서울불고기와 차별화된 독특한 계보를 보여준다.
     
       
    * 추천맛집
    ① 언양기와집불고기(052-262-4884 / 울산광역시 울주군 언양읍 서부리 11-1) : 달콤한 양념장이 잘 밴 것이, 아무래도 고기를 썰어낸 스킬과 숙성단계의 공력이 합쳐져 시너지를 내는 것 같다. 듬성듬성 올라간 마늘과 버섯의 향도 은근한 것이, 자칫 진한 참기름향 때문에 느끼해질 수 있는 맛을 깔끔하게 잡아준다.
    ②언양진미불고기(052-262-1375 / 울산광역시 울주군 삼남면 교동리 1597-7) : 한우암소 1+의 질 좋은 고기에 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은 특제양념으로 맛을 내어 풍미가 좋다. 양념이 고기 속까지 고루 잘 배어있고, 식감이 매우 부드러운 게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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