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진하해수욕장
피서객들의 발길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남은 빈 백사장을 위로하는 바다의 출렁임이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곳. 한겨울의 고요한 그 얼굴을 일단 한번 보게 되면, 겨울이 돌아올 때마다 생각난다는 진하해수욕장은 신새벽과 함께 열리는 강양항의 일출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또 여름보다는 겨울의 바다 일출이 짙은 해무 때문에 더욱 분위기 있는 사진을 건질 수 있다.
찬란한 해오름의 순간은 해수욕장에서 명선도를 바라보는 방향을 포인트로 잡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그저 밋밋한 수평선 위로 해의 얼굴이 떠오르는 것보다, 거친 암벽위에 뿌리내린 노송이 여명에 비춰지면서 검은 실루엣을 한 편의 묵화처럼 만들어내는 모습이 아주 근사하기 때문이다. 해가 완전히 떠오르고 나서 이제 막 포구를 떠나온 작은 멸치잡이어선들이 힘차게 그물을 낚아 올리는 모습까지 카메라에 담아보자. 주황빛 바탕에 수많은 갈매기떼와 어선, 그리고 해무는 완벽한 흑백의 조화를 만들어낼 것이다.
2) 태화강 선바위
태화강 백록담 수면위에서 늠름한 자태로 떠있는 선바위로 향해본다. 수직으로 뚝 떨어진 곧은 절벽 하나가 강물 위로 우뚝 솟은 모습도 신비롭지만, 주변의 바위와 전혀 다른 재질이어서 상서롭기까지 하다. 그 옛날, 백룡이 살았다고도 하는데 마주보고 선 절벽으로도 가릴 수 없는 절경 때문에 시인과 묵객들이 즐겨 찾았다고 한다.
선바위는 수면 위에 홀로 떠있는 바위 덩어리인 만큼 촬영포인트를 찾기 힘든 곳이다. 선바위가 뷰파인더 정중앙에 담기도록 촬영하면 바위의 디테일한 모습은 볼 수 있을진 모르나 사진의 깊이감은 많이 떨어진다. 하여 태화강변 동쪽 기슭에서 선바위와 선바위너머 대숲과 산책로가 모두 나오게 촬영하는 구도나 서쪽 기슭에서 선바위와 함께 떠있는 암벽의 모습을 함께 담으면 좋다. 봄에 서쪽 구도에서 찍으면 노란 유채꽃을 함께 담을 수 있어 더욱 따스한 느낌의 사진을 얻을 수 있다.
3) 신불산 억새평원
▲아직 은백색으로 물들지 않은 초록의 억새 Copyright ⓒ울주군청
신불산뿐 아니라 가지산, 간월산, 영축산, 운문산 등 영남 동부지방에 흩어진 영남알프스 9개 산 모두 억새군락지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양으로, 오래도록 지속되는 억새의 화사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이 영남알프스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산, 바로 신불산이다. 북서쪽으로 간월산, 남쪽으로 영축산과 연속된 형제봉을 이루는데, 영취산과 이어지는 사이의 5킬로미터 남짓한 구간에서 넓고 평탄한 능선이 시작된다. 이곳을 수놓은 은백색 억새물결이 그렇게 장관일 수가 없다.
사방이 온통 능선과 봉우리이므로 딱히 정해진 뷰포인트가 있는 건 아니다. 억새따라 사람따라 걷다가 높이 솟은 바위가 있으면 그곳에서 사방을 조망하는 구도도 좋고, 억새풀을 접사로 찍는 것도 좋다. 어떻게 찍어도 우리는 느낌 아니까!
고산의 억새를 뒤흔드는 풍부한 바람을 가리켜, 이곳을 억새바람길이라고도 부른다. 살며시 간지럼을 태우는 정도의 가벼운 바람에는 짐짓 일렁이다가, 세찬 바람에는 이리저리 밀려가는 파도처럼 춤추며 억새의 파노라마가 펼쳐지는 이곳에서 출사의 대미를 장식해보자.
4) 태화강 생태공원
태화동 일원(명전천~용금소)에 있는 태화강대공원은 서울 여의도 공원 면적의 2.3배(총면적 53만 1000여㎡)에 달한다. 대공원에는 청보리와 유채꽃이 즐비한 초원, 느티나무길, 실개천 물놀이장, 야외공연장, 전망대 등이 조성되어 있다. 2000년 초까지만 해도 물고기가 살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게 오염됐던 태화강의 수질도 완벽하게 회복되어, 이제는 연어가 돌아오기도 하고 철새가 마음 편히 한철을 보내기도 한다. 그들을 바라보며 서있노라면 십리대밭과 공명하는 바람소리, 강물 위로 우뚝 솟은 선바위가 만들어낸 물그림자에 눈과 귀가 즐거워진다.
태화강생태공원은 깔끔한 산책로 양편으로 갈대밭과 대숲이 잘 조성되어 있으며,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전경과 산책로에서 바라보는 전경 등 뷰포인트가 아주 많다. 이중 갈대숲과 대숲, 전망대 포인트는 핵심 출사코스이며, 가을철에는 코스모스로 물든 꽃밭 풍경을 담아보는 것도 좋다. 갈대숲을 찍을 때는 산책로 바로 옆보다는 태화강 물줄기가 흐르는 곳을 찾아 주변 수풀과 나무가 어우러진 사진을 찍는 것이 훨씬 운치 있다.
5) 선암호수공원
선암댐을 중심으로 조성된 선암호수공원. 본래 일제강점기 시절 농업용수를 대주던 ‘선암제’라는 못이었다가, 1962년 울산이 공업지구로 지정되면서 이를 확장해 댐이 된 것이다. 이후 수질보전과 안전을 이유로 호수 전역에 철조망이 설치해, 그 아무리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해도 사람들에게는 ‘단절’의 장소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다시 많은 논의를 거쳐 철조망을 철거하게 되고, 댐과 호수 주변의 자연경관을 십분 활용하여 테마형 생태공원을 조성해 지난 2007년에 개장했다.
선암호수공원은 산책로따라 걷다보면 갖가지 테마형 볼거리를 만날 수 있어 그만큼 뷰포인트도 다양하다. 애메럴드빛 물이 잔잔하게 일렁이는 호수 주변을 둥그렇게 감싸 안은 초록의 수풀과 나무들, 그리고 늦봄에 피어오르는 연꽃은 촬영 필수코스다. 호수 한가운데에 있는 실제처럼 생긴 귀신고래 모형과 오리떼들을 함께 담는 것도 좋다. 연꽃 군락지를 지나면 해바라기 밭이 나온다. 회전형 LCD라면 조리개를 열고 해바라기의 키에 맞춰 접사를 찍어보자. 감수성 충만한 사진이 나올 거다. 장미터널과 호수교회, 성베드로기도방, 안민사 등 희귀한 건축물도 놓치지 말고 사진기에 담을 것.
▲잘 정비된 선암호수공원의 산책로
6) 간절곶 일출
▲새벽 어스름 미명을 뚫고 올라오는 둥그런 태양 Copyright ⓒ울주군청
간절곶은 정동진, 호미곶과 함께 동해안 최고의 일출 여행지를 두고 경쟁을 벌이는 곳이다. 셋 다 연말 인파의 대이동으로 북적거리다가 새해 아침이면 한 자리에 모여 일출의 장관을 소망하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곳이지만, 그중에서도 간절곶의 명성은 단연 돋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동해안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으로 정동진보다는 5분 먼저, 호미곶보다는 1분 먼저 일출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간절곶은 지대 자체가 높은 편이라 어디서 바라봐도 일출 경관이 좋아 어디서 찍어도 사진이 곧잘 나오는 편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언덕 끝에 마련된 벤치, 세계에서 가장 큰 소망우체통, 욕망의불꽃 촬영지는 훌륭한 전망을 자랑한다. 미련 없이 홀연히 열린 너른 바다와 그 속에서 아우성치듯 찰싹이며 바위를 때리는 파도의 몸부림까지 디테일하게 담아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