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운산철쭉축제
  • 산은 철마다 색다른 옷을 갈아입고 같은 계절 안에서도 일주일마다 차이를 보인다. 해서 계절의 변화를 가장 실감나게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산인데, 그럼에도 산은 개별적인 특성을 따로 가진다. 변화무쌍한 그림을 연출하는 공통점 아래, 산에 따라 특별히 발길이 잦은 계절이 정해져 있다.
     
    뭐랄까, 산꾼들에게는 이미 하나의 공식처럼 통용된다고 해야 하나. 울산의 신불산이 억새로 유명하듯, 대운산은 철쭉으로 이름을 날린다. 봄의 말미에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철쭉의 얼굴이 새색시 뺨처럼 곱다. 산꾼들만 보기는 너무 아까운 절경이라, 울주군에서는 아예 철쭉제라는 이름으로 못을 박아 놨다.
        
                                    

    경남 양산과 맞닿아 있는 대운산, 정상 주변과 제2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에 대규모 철쭉 군락이 있어 오월의 말미 무렵, 연분홍과 진분홍을 이룬 핑크빛 도가니가 펼쳐진다. 정상까지 향하는 길에는 곳곳에 이정표가 세워져 있지만, 딱히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정상 바로 100미터 아래에 있는 헬기장에 닿았다면 이미 거기서부터 철쭉은 만발해 있을 테다. 화사하게 피어난 철쭉 군락이 터널처럼 길을 에워싸고 있어, 그를 지나쳐 올라서는 길에 고됐던 몸과 마음이 풀어지는 듯하다. 정상부 전체는 걷기 좋게 나무 데크로 덮여있고, 철쭉의 아름다움은 여전하다.
     
    축제의 말미에 찾아가면 만발하는 꽃 가운데, 낙화의 조짐을 보이는 시들한 얼굴들도 더러 보인다. 철쭉이 지고 나면 봄의 전령도 완전히 떠나가고, 우리는 또다시 새로운 계절을 맞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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