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도심을 가로질러 뱀처럼 유유히 흘러가는 태화강. 양쪽 강가로 눈부신 억새 군락과 십리에 달하는 대밭이 있어, 태화강 절경의 화룡점정을 찍지요. 전망대에 선 사람들은 이 아름다운 자연의 조화를 한동안 넋을 놓고 바라보다, 강물 한 가운데에서 우뚝 솟아난 고층 빌딩의 날카로운 조형에 말문이 막힙니다. 딱히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뭔가 이질적인 것을 덧칠한 듯 어색한 그림임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전망이지요.
태화강이 울산과 함께 한 역사는 아득한 역사의 저편으로 흘러갑니다. 신라의 국제 교역항으로 불교문화를 융성하게 꽃피운 일등공신이었던 태화강은, 울산이 1960년대 공업도시로 지정되면서 명암이 엇갈립니다. 앞길 창창한 자식 인생이 탄탄대로를 달리는 것을 보며 점차 쇠락해가며 생명을 잃어가는 어머니처럼. 마구잡이로 들어선 공장 때문에 한때는 ‘죽음의 강’까지 이르러, 2000년 여름에는 1만 5,000여 마리의 어류가 집단 폐사하는 일까지 벌어집니다. 이에 울산시는 큰 충격과 함께 대대적으로 각성하게 됩니다. 어미를 죽게 놔두는 자식의 불효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요.
이윽고 태화강 일대는 대공원으로 변신하게 됩니다. 태화동 일원(명전천~용금소)에 있는 태화강대공원은 서울 여의도 공원 면적의 2.3배(총면적 53만 1000여㎡)에 달하지요. 대공원에는 청보리와 유채꽃이 즐비한 초원, 느티나무길, 실개천 물놀이장, 야외공연장, 전망대 등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강의 수질은 완벽하게 회복되어, 이제는 연어가 돌아오기도 하고 철새가 마음 편히 한철을 보내기도 하며 수달과 오소리가 살기도 합니다. 그들을 바라보며 서있노라면 십리대밭과 공명하는 바람소리, 강물 위로 우뚝 솟은 선바위가 만들어낸 물그림자에 눈과 귀가 즐거워집니다. 편안해집니다. 울산이 ‘에코시티’, ‘힐링시티’로 거듭나게 된 데는 태화강이라는 어머니의 힘이 있어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