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태화강에는 높이 50여 미터의 나지막한 학성산이 있습니다. 이곳에는 김홍조가 1923년 개인소유지로 2만 3천여m²를 사들여 흑송, 벚꽃, 매화 등을 심으며 공원을 조성해 울산에 기증한 학성공원도 있습니다.
신학성, 도산, 증성이라 불리기도 하는 학성공원에는 울산왜성을 비롯한 태화사지 십이지상부도(현재는 울산박물관으로 옮겨짐)와 봄편지 노래비, 충혼비 등의 역사적 기념물이 많습니다. 일본이 쌓은 성터의 흔적 때문인지 성곽과 망루로 추정되는 자리에서는 울산의 시가지 모습이 훤히 내려다보입니다. 해마다 봄이 되면 공원 전체가 화사한 벚나무의 새하얀 물결로 군락을 이루고, 이리저리 바람에 나부끼는 꽃잎을 잡으려는 연인들의 모습도 더러 보입니다.
하지만 이곳은,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교외에 변변한 볼거리가 마땅치 않던 울산의 시민들에게 가장 가깝고도 정겨운 나들이 장소가 되어주었다는 사실. 지금은 울산시의 문화재이자 울산왜성으로 더 많이 반추되지만, 4050세대 울산 출신들에게는 추억의 소풍 장소, 백일장 장소로 기억 속에 아련히 남은 곳일 테지요.
오래된 역사의 기억을 어슴푸레 안고서, 봄이면 환한 꽃물결로 사람들을 맞이해주는 이곳은 세대의 다름도, 남녀의 구분도 없는 ‘열린’ 광장인 셈입니다.